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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헌 성공의 조건/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시론] 개헌 성공의 조건/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입력 2016-10-25 22:28
업데이트 2016-10-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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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개헌의 판도라 상자가 드디어 열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의외의 곳에서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기했다. 느닷없는 개헌론에 야당은 당황하는 듯 보인다. 야권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적인 방탄 개헌 추진”이라면서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반발했다.

물론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꾸준했고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회원은 개헌선인 200명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교착과 대립, 무책임 정치의 제도적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진행될 개헌 논의의 쟁점은 무엇일까. 첫째, 개헌 논의의 주도자다. 대통령이 주도해야 할까. 아니면 국회가 주도해야 할까.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 개헌 논의는 대통령이 주도해야 할 것으로 보는 듯하다. 대통령은 “정부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며 스스로를 개헌 논의의 주도자로 자임했다.

국회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보였다. 대통령은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달라”고 했다. 국회는 국민 여론 수렴과 논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라는 게 대통령의 요구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가 개헌 단일안을 못 만들면 직접 나설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미 청와대는 개헌의 기본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기 말의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대통령의 의도에 정치적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 체제’ 헌법”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은 공익 헌신의 진정성과 선의를 지켜야 한다.

개헌 논의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 개헌 논의의 장은 국회여야 하고 국회가 시민사회와 학계와 함께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 대표의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성공적 개헌도 모두 국회가 주도했다. 물론 국회가 개헌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국회와 정당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도 대통령 언급처럼 “임기 내 개헌”이 되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함께 하려면 올해 안에 대략적으로라도 개헌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 12월 대선과 함께 하려면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불가피하다.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정치권이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따라서 “임기 내 개헌”으로 못박고 추진하는 것보다는 긴 호흡으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개헌의 방향이다. 권력 구조만 하더라도 서로 다른 국회와 정치권, 국민적 선호의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의 문제다. 국민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과연 합의될 수 있겠느냐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 형태는 ‘권력 분산의 견제와 균형, 책임정치’를 지향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능력을 키우고 국회와 정당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나아가 ‘원 포인트 개헌’이냐, 아니면 ‘포괄적 개헌’이냐도 쟁점이다. 원 포인트 개헌은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 개헌에 반영해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기본권, 영토 그리고 지방분권 등도 포함한 포괄적 개헌을 하려면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결정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개헌은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주제다. 언제 어떤 개헌이냐에 따라 정치적 이해 당사자들은 민감하다. 현재의 권력 관계가 바뀌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헌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가장 많은 정치적 자원과 수단을 갖고 있다. 잘 활용하면 본인에게도 좋고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모두에게 불행하다. 개헌에 정치적 기술과 정치공학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개헌은 정파의 정치적 이익과 국민의 국가적 필요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핵심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대승적 자세가 개헌 성공의 출발점이다.
2016-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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