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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치고 과장님 뛰고 부장님 홈인…野! 살맛난다

신입은 치고 과장님 뛰고 부장님 홈인…野! 살맛난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10-21 18:20
업데이트 2016-10-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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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중 800만 돌파… 직장인 동호회도 흥행 대박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서 근무하는 신모 과장. 그는 회사 내에서 ‘야구광’(野球狂)으로 통한다. 최근 LG트윈스가 무서울 정도의 상승세를 보이며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2·3위전)까지 진출하자 신 과장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옷장에서 일찌감치 LG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꺼내 입은 신 과장은 와일드카드(4·5위전), 준플레이오프(3·4위전) 경기가 열린 날 잠실야구장을 찾아 목청 높여 그의 영원한 우상 ‘박용택’을 응원하기도 했다. 회사 야구 동호회(LG전자팀)에서도 활동하는 그는 토요일 새벽마다 경기 용인에서 평택 LG디지털파크까지 달려간다. 신 과장은 “금요일 저녁이 되면 야구 장비를 현관문 앞에 챙겨 놓고 들뜬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면서 “야구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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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경남 창원88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두산창원리그 올스타전의 ‘창원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두산팀이 창원팀에 12대11로 승리했다.  두산중공업 제공
지난 6월 18일 경남 창원88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두산창원리그 올스타전의 ‘창원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두산팀이 창원팀에 12대11로 승리했다.
두산중공업 제공
●주말 골프족들, 김영란법 시행에 야구장으로

올해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사내 야구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지난달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주말 골프족’까지 야구로 전향해 직장 야구 동호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야구는 농구, 축구와 달리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아 마흔이 넘어도 주전으로 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KT 분당 본사팀 ‘KT솔루션즈’ 고문인 박천환 부장은 “농구, 축구는 점수를 얻으려면 골대에 공을 넣어야 하는데, 야구는 홈에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며 “공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일한 게임”이라고 야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SK텔레콤·플래닛 연합팀인 ‘SK 파이어배츠’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석원 SK텔레콤 매니저는 요즘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9명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아 매주 진땀을 흘려야 했는데, 올해는 인원이 넘치기 때문이다. 지난주 주말 리그에도 19명이 참석했다. 김 매니저는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친목 도모가 우선이기 때문에 선수 전원이 뛰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면서 “신입 회원도 야구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이닝 이상 꼭 뛸 수 있게 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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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이 유니폼에 태극 마크를 달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야구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이 유니폼에 태극 마크를 달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야구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삼성, 선수만 2200명… 프로처럼 1·2군 운영

주요 그룹들도 뜨거운 야구 인기에 화답하듯 계열사별 대회를 연다. 규모는 단연 국내 1위 그룹인 삼성이 가장 크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라이온즈컵 삼성동호인 야구 대회’에는 24개 계열사에서 88개 팀이 출전했다. 참가 선수만 2200명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참가 팀이 많다 보니 실력에 따라 A·B그룹으로 나눴다. 프로야구 1, 2군 경기처럼 1, 2부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지난 8일 열린 결승에선 공교롭게도 두 그룹 모두 삼성중공업 거제팀과 삼성SDS 서울팀이 맞붙었는데, 둘 다 거제팀(A그룹 포세이돈, B그룹 스텔스)이 승리했다. 지난해 A·B그룹 결승전에 세 팀이나 출전시킨 삼성전자는 올해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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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삼성 라이온즈컵 삼성동호인 야구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삼성중공업 거제 야구팀 ‘포세이돈’ 선수(왼쪽)와 삼성SDS ‘넥스퍼츠’ 선수가 페어플레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우승은 포세이돈이 차지했다. 삼성 제공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삼성 라이온즈컵 삼성동호인 야구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삼성중공업 거제 야구팀 ‘포세이돈’ 선수(왼쪽)와 삼성SDS ‘넥스퍼츠’ 선수가 페어플레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우승은 포세이돈이 차지했다.
삼성 제공
포스코는 포항, 광양에서 해마다 연중행사로 야구 대회를 연다. 협력사를 포함해 지역 연고팀(경찰, 시청팀 등)도 출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진행 중인 광양제철소장배 토너먼트는 아예 지역팀(7개)과 포스코패밀리연합회 소속 팀(9개)을 나눠 각각 경기를 치른다. 양은혁 광양 포스코패밀리야구연합회 재무이사는 “제철소장배는 올해 6년째를 맞았다”며 “지역민과 함께 축제를 즐기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포항 포스코패밀리 야구 리그에는 총 17개 팀이 참여하는데, 삼성과 마찬가지로 1, 2부제로 운영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처럼 ‘승강제’도 있어 그해 1부 7~8위팀은 2부로 강등되고, 2부 1, 2위팀이 1부 리그로 승격된다. 포항제철소 야구팀 ‘SF슬러거즈’ 소속인 장용석 사무국장은 “오는 29일 열리는 포항제철소장배 대회에는 리그에 소속되지 않은 외주사 팀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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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유치전 저리 가라” 전국서 경쟁하는 KT

전국 곳곳에 사업장이 있는 KT도 매년 상반기 회장기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의 특징은 해마다 장소를 바꾼다는 점이다. 각 지역 팀들이 서로 대회를 유치하려고 경쟁하는데, 올림픽 유치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대회 신청은 통상 12월 24개 팀 감독이 모이는 대표자 회의에서 이뤄진다. 왜 우리 지역에서 대회를 열어야 하는지, 구장 확보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대표자 회의 임원단이 3개월에 걸쳐 현장 답사를 한다. 주요 배점 항목은 접근성, 구장 시설, 구장 간 거리, 숙박 시설, 심판진 확보 여부다. 올해는 경남 남해(경남팀)와 충남 공주(충남팀)가 경합한 끝에 공주가 선정됐다. 공주 ‘박찬호야구장’의 이점을 활용한 덕분이다. 박천환 부장은 “1박 2일 동안 대회가 열리는데, 전국에서 직원과 가족을 포함해 500여명이 모인다”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들 목숨을 걸고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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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호 여성 선수 남인하 대리
두산 1호 여성 선수 남인하 대리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삼성, SK, LG, 두산은 구단 야구장을 빌려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삼성은 64강에서 4강까지는 각 계열사 캠퍼스 및 사설 경기장을 이용하지만, 결승전만큼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한다. 다음달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SK 와이번스배 그룹사 야구 대회’도 강화도 퓨처스파크 2군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가족들은 관람석에서 SK와이번스 측이 제공한 음식을 즐기며 프로야구를 관람하듯 볼 수 있다.

프로야구 라이벌 LG와 두산도 각각 경기 이천의 2군 경기장에서 대회를 연다. 지난 4월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LG챔피언스리그’에는 GS그룹 시스템통합(SI)업체인 ‘GS아이티엠’ 팀도 출전했다.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LG-GS 리그’도 있지만, LG그룹 공식 대회에 GS 계열사가 한 식구처럼 뛰고 있다. LG-GS 리그도 다음달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LG디스플레이 팀(정규 리그 우승)이 떠오르고 있다. 두산도 2014년 이천의 2군 경기장인 베어스파크를 개장한 뒤 각 계열사 20개 팀이 한데 모여 ‘두산베어스 구단주배 야구 대회’를 열기도 했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구단주 자격으로 개막식 시구를 했다.

한화도 올해 3회째 ‘한화 리그’를 진행하고 있 다. 경기 남양주 인근에서 경기를 치른다. 1회 때 8개 팀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12개로 늘었다. 올해 새 식구로 합류한 한화테크윈(9승1무), 한화토탈(8승2무1패)이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 야구팀의 특징은 대부분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따라 맞췄다는 점이다. 자사 야구단 ‘사랑’이 넘친 까닭에 막상 경기를 할 때는 아군·적군이 구분되지 않는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여직원이라 얕보지 마라, 타율 5할 지명타자다

두산은 경남 창원에 모여 있는 계열사끼리 별도 리그(두산창원리그)를 진행한다. 올해 두산베어스가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창원 지역 두산 계열사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흥분돼 있는 상태다. 회사 측에 어떻게 하면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두산 직원들은 이번 플레이오프 때 NC 다이노스(마산 연고)가 이기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마산에서 경기를 치러야 두산을 응원할 수 있어서다. 올해 창원리그 우승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중공업 야구회가 차지했다. 이 팀은 두산 1호 여자 선수(남인하 두산중공업 관리부문 대리)도 배출했다. 지난해 지명타자(좌타자)로 출전해 5할 성적을 거둔 남인하 대리는 1년 전 손가락(왼쪽 중지) 부상을 당해 올해 경기에는 매니저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달 서울 사무소로 옮겨온 남 대리는 “아직 서울 야구팀까지 소문이 안 난 것 같다”며 “손가락이 다 나으면 서울팀에서 뛰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10-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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