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말빛 발견]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 ‘애끊다’

[말빛 발견]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 ‘애끊다’

이경우 기자
입력 2016-10-19 23:24
업데이트 2016-10-20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슬픔이다. 너무 슬퍼서 아픔이다. 한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은 그 이상의 것이다. ‘애끊다’는 말이 그렇다고 이른다. ‘애끊다’는 ‘애’와 ‘끊다’가 합쳐져 이루어졌는데, ‘애’가 ‘창자’를 가리키던 순우리말이었다. 그래서 ‘애끊다’는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 됐다. 말할 수 없이 슬프면 이런 지경에 이를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애끊는’ 사연이 있는 옛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중국 진나라 장수 환온이 촉나라를 치러 가던 길이었다. 배를 타고 가다 양자강 중류에 있는 삼협에 이르렀을 때였다. 삽협은 중국에서도 험하기로 이름난 좁은 골짜기였다. 원숭이들도 제법 살았던 모양이다. 이곳을 지나면서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 왔다. 이를 알게 된 어미 원숭이는 구슬프게 울며 절벽을 타고 배를 계속 따라왔다. 그러다 얼마쯤 가서 강폭이 좁아지자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구하기 위해 배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어미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곧 죽고 만다. 환온은 병사들에게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가르게 했다. 한데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새끼를 잃은 슬픔 때문이었다.

‘애끊다’가 왜 아주 슬픈 빛을 띠는지 아프게 보여 준다. ‘애끊다’의 ‘애’는 지금 ‘창자’라는 뜻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슬픔’과 가까운 말이 됐다. ‘마음’, ‘속’ 같은 의미를 지닌 모습으로 나타난다. ‘애끊다’와 헷갈릴 수 있는 ‘애끓다’는 ‘속이 끓는 듯하다’는 말이고, ‘애타다’도 ‘애끓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10-20 29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