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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스트레스에 꿀잠 뺏기고 비만·당뇨·고혈압 얻었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스트레스에 꿀잠 뺏기고 비만·당뇨·고혈압 얻었네

송혜민 기자
입력 2016-10-14 17:40
업데이트 2016-10-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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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낮추는 수면장애

밤이 되면 눈을 감고, 아침이 되면 눈을 뜨는 것이 ‘잠’이다? 그야말로 속 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면장애를 겪는 현대인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72만 1000여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56%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최근 5년 수면장애 환자 56% 급증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이지만, 한국인의 전체 평균 수면 시간은 그보다 한참 부족한 6시간 48분에 불과했다.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생활의 불편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5명 중 1명이, 중국에서는 성인의 38.2%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밤 시간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이 수면장애는 아니다. 수면장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불면증은 자려고 누운 이후 30분 이상 뒤척이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입면장애, 꿈이 많아서 깊이 잠들 수 없는 숙면장애, 새벽에 일찍 깨서 그 이후 잠들기 힘든 조조각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밖에도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동반되는 하지불안증후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 ▲수면 중 갑작스럽게 호흡이 중단되는 무호흡증후군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즉 수면장애에는 잠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유형과 잠을 자고 싶지 않아도 빠져드는 유형, 잠이 들기는 하나 악몽이나 무호흡 등의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는 유형 등이 포함돼 있다.

●업무 스트레스·유전 등 원인 다양

수면장애의 원인은 두통의 원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중 납득이 갈 만한 몇 가지 주장을 소개해 본다. 뻔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역시 업무 스트레스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여론조사소가 지난 4월 3200명의 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4%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업무 스트레스는 정보기술(IT)의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 일과 삶의 경계선이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각종 SNS와 휴대전화의 보편화로 근무시간은 그야말로 무한대가 됐다.

유전의 가능성도 있다. 2011년 캐나다 라발대학 연구진이 3458명과 그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계가족 중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1명이면 자신도 불면증을 겪을 가능성이 37%, 2명이면 250%, 3명이면 314%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연구진 역시 불면증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가 있으며, 이 유전자는 유전되면서 가족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수면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호르몬 분비 교란돼 살찌는 체질로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와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 간의 관계는 매우 유기적이다. 수면장애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비만과 고혈압, 당뇨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단순히 잠을 자야 할 시간에도 깨어 있을 경우 야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지면서 비만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인체 시계가 망가짐에 따라 호르몬 분비에 교란이 생기면서 살이 찌기에 더 쉬운 체질로 변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비만 인구가 늘어 고민인 미국 등 선진국이 건강한 국민을 만들기 위해 당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 외에도 수면 장애 연구에 애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수면장애를 앓고 있으면서 비만인 사람은 수면장애를 교정한 이후에도 계속 비만일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루 몇 시간을 자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아직까지 분분한 가운데, 영국 워릭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6~8시간보다 더 길거나, 더 짧게 수면을 취한 사람의 사망 위험성이 7시간 정도 잔 사람의 사망 위험성보다 더 높다”고 밝혔으며,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 수면장애연구센터는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을 7시간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면산업은 ‘라이징 스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수면과 관련한 산업이 활성화 됐는데, 수면산업의 급격한 성장세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면을 위한 기능성 침구시장은 2011년 4800억원에서 2014년 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수면산업의 확산과 신조어의 등장은 국적을 막론하고 수면장애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현대인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자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이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종종 수면제도 돕지 못하는 밤을 꼬박 새우고 나면 다음날 일정은 물론이고 컨디션도 기분도 엉망이 돼 버린다.

무엇보다도 직장인은 일의 생산성에, 학생은 공부에, 어린이는 성장에, 그리고 이들 모두의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이것이 우리 사회와 전문가가 경쟁을 부추기는 등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면장애 해소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huimin0217@seoul.co.kr
2016-10-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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