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990년 부산 낙동강변에서 발견된 참혹한 모습의 시신 한 구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47회는 ‘자백과 고백, 그리고 거짓말 - 엄궁동 2인조 사건의 진실’ 편으로 방영된다.

1990년 1월 4일, 부산 낙동강변 엄궁동 555번지 갈대숲에서는 참혹한 모습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수습된 시신의 신원은 인근 지역에 살던 박씨. 그녀는 사건 바로 전날까지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현장에서는 박씨의 시신 외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의 목격자인 박씨의 직장동료 또한 밤이 어두워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유일한 사실은, 범인 중 한명은 키가 컸고 또 다른 한명은 키가 작았다는 것. 범인의 특징은 그 시기 낙동강변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러 건의 강도 상해 사건들의 범인들과 매우 흡사해보였다. 악명 높은 이른 바 ‘엄궁동 2인조’가 저지른 또 다른 강력사건인걸까?

당시 해당지역의 순경은 “그 당시 주변에 유사사건이 많았지. 그놈들이 다 줄곧 해왔다고 보지. 강도짓하는 거는 아무나 못해”라면서 “한 번 해가지고 그 희열을 느끼는 놈은 반복적으로 계속 하게 돼있어”라고 말했다.

엄궁동 2인조는 현장마다 지문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수사는 지체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후, 인근 경찰서에서 엄궁동 사건의 용의자들이 전격 검거됐다.

당시 경찰발표에 따르면, 체포된 사람들은 2인조로서, 낙동강 주변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돈을 갈취하고 다녔던 전력이 있었다. 한 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작아 엄궁동 일대 연쇄 강력사건 용의자에 대한 목격담과도 들어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당 수사관은 그 두 남자한테서 어떤 수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건 담당 수사관은 “엄궁동 사건은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이었어요. 근데 이 친구들을 마주하고 순간적으로 직감했죠. 아무래도 엄궁동 살인사건에 관련됐을지 모르겠다”라면서 “그래서 사무실로 데려가서 왜 죽였어? 하니까 바로 쫙 얘기하는 거예요. 자기 입으로”라고 증언했다.

범인임을 확신하는 수사관의 주장과는 달리, 체포된 2인조에 대한 조사과정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10여 차례가 넘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범행과 관련된 진술을 두 사람이 끊임없이 번복한 것이다. 누가, 왜,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박씨를 죽였는지 등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진술조차 조사 초기에는 일관성 있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의 진술이 정리된 정황이 있었던 것이다.

최종 수사 결과, 검거된 두 사람 중 체격이 큰 최씨가 각목으로 피해자 박씨를 구타한 후 키가 작은 장씨가 돌을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고 두 사람은 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도 판결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1년 후, 두 사람은 감형을 받고 출소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미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그들은 오로지 진실만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른바 엄궁동 사건의 2인조 범인인 최씨와 장씨가 재판이 시작된 후부터 20년 넘게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의 실체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두 사람의 무죄를 확신한다며 변호를 맡았던 사람은 당시 부산에서 활동했던 문재인 변호사.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는 그는 제작진에게 특히 장씨가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건담당 변호인은 “장씨는 당시에 시력이 아주 나빴어요. 그런데 범행장소는 완전 돌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달도 없는 캄캄한, 그런 밤이었죠”라면서 “그런데 거기서 쫓고 쫓기는 식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을 때 나름의 확신을 가졌죠”라고 말했다.

장씨의 시력으로는 범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장씨의 시력이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나빴다는 사실은 최씨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수사과정에서 장씨를 엄궁동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사건 용의자로 먼저 체포된 최씨가 형사들로부터 이른 바 ‘공사’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씨는 이미 혐의를 인정했으니 최씨도 혐의를 인정하면 가혹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속임수, 일명 ‘공사’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엄궁동 2인조 최씨는 “자기들이 (조서를)써오더라고요. 공사 안 당할라거든 이대로 읽으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주임님이 묻거든 이대로 답만해줘라”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주장대로 그들은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던 걸까? 그들은 어떻게 직접증거가 하나도 없는 사건에서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만일 그들이 범인 아니라면 엄궁동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엄궁동 사건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형사들과 주변인물들을 찾아 엄궁동 2인조의 23년 전 자백과 오늘의 고백 중 무엇이 그날의 진실을 가리키는지를 파헤쳐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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