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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미국과 중국의 ‘따로 또 같이’/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미국과 중국의 ‘따로 또 같이’/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입력 2016-09-18 17:46
업데이트 2016-09-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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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한국은 한·미 동맹으로 출발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엔 새 친구가 생겼다. 세 나라는 복잡하게 얽힐 일이 없었다. 전략적으로 모순이 없었다. 그보다는 협력 잠재력이 큰 구조였다.

그 동인은 경제였다. 환상적인 가치 사슬이 작동했다. 한국은 중국에 원료를 수출했다. 중국은 완제품을 미국에 싸게 팔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었다. 한국과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키워 갔다. 중국은 번 돈으로 미 국채를 사 모았다. 덕분에 미국은 소비형 경제를 유지했다.

정치적으로도 박자가 맞았다. 미국은 국제 질서를 만들었다. 중국은 토를 달지 않았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곧 글로벌 컨센서스인 시기였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은 반드시 충돌한다.” 국제정치학계 대부로 알려진 미국인 한스 모겐소의 지적이다. 그의 세력 균형론 관점으로 본다면 이제 미국과 중국은 충돌하기 십상이다. 충돌엔 몇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설전(verbal war), 냉전(cold war), 열전(hot war) 등이다.

우선 설전. 두 나라는 날 선 공방의 연속이다. 무역불균형, 환율 조작 문제부터 남중국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까지 넓고도 깊다. 냉전 시대로 회귀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냉전의 상징은 이념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은 더이상 이념으로 다투지 않는다. 냉전시대의 경제 시스템은 상호 배타적이었다. 지금 양국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다. 열전은 무력 충돌이다. 미국이 군사력에서 절대적 우위인 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지루한 장맛비 같은 설전 모드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시각을 좀 달리해 보자. 미국과 중국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산맥이란 점이 같다. 각기 경제와 외교정책을 재조정하면서 공유이익이 커진 점도 같다. 닮아 가면서 협력하기도 하지만 마찰도 커지고 있다.

문화적·역사적으론 배경이 많이 달라 갈등 양상이다. 생각과 행동방식이 다르면 상식과 고정관념도 달라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래치먼이 그 차이를 멋지게 정리했다. 미국인의 사고 특성은 연속성인데 중국은 주기성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도 양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친구이자 적이다. ‘프레너미’(Frenemy, Friend+Enemy) 관계다. 국제관계로 보나 문화인류적으로 보나 그렇다.

한국은 두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당장 벗어나야 할 논리 두 가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이길까?’, ‘어느 편에 줄을 서야 할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아니다. 양국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경우다. 우리 모르게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 경력자들은 미국 논리에 갇힌다. 중국 경험자들은 중국 논리에 빠지곤 한다. ‘워싱턴 스쿨’이니 ‘베이징 스쿨’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 전문가는 정치의 눈으로만 본다. 경제 전문가는 경제만 보려 한다. 이렇게 해서는 미·중 관계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자. 중국의 눈으로 미국을 보자. 그래야 한반도 국운의 윤곽을 좌우할 그 관계를 잘 볼 수 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싱크 탱크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거기로 인재를 널리 불러 모으자. 그들이 홑눈 아닌 겹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자.

2016-09-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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