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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만 기다리는 한국…초·중·고마다 수영장 있는 일본

‘박태환’만 기다리는 한국…초·중·고마다 수영장 있는 일본

최병규 기자
입력 2016-08-22 22:20
업데이트 2016-08-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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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리우올림픽 ‘10-10’ 실패 원인과 4년 뒤는

2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에 큰 숙제를 안겨 주었다. 17일간의 열전을 마친 한국은 리우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8위(금 9·은 3·동메달 9개)에 올라 4회 연속 톱 10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기초 종목 강화’ 구호는 이번에도 공염불이었다. 그러는 동안 일본은 육상 남자 400m 계주 은메달을 비롯해 기초 종목에서만 총 12개(금 4·은 3·동메달 5개)나 되는 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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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17일’ 리우 화려한 피날레… “4년 뒤 도쿄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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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20년 역사상 남미 대륙에서 처음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1일(현지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로 종합 8위의 성적을 거뒀다. 4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초 종목 강화와 스포츠 저변 확대, 기대주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겨주었다. 또 500여일 뒤 열릴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는 예산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폐막식에 참석한 선수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4년 뒤 도쿄올림픽을 기약했다. 사진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 공연 모습.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2일(한국시간) 고이케 유리코(오른쪽) 일본 도쿄도지사가 오륜기를 넘겨받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는 2020년 올림픽 주최 도시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고이케 유리코(오른쪽) 일본 도쿄도지사가 오륜기를 넘겨받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는 2020년 올림픽 주최 도시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이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 달성에 실패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눈에 보이는 성적에만 급급해 수영 박태환(27), 도마 양학선(24) 같은 스타 선수와 효자종목만 쳐다보는 방식을 답습했는데 거기서 계획이 어긋나자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한 기초 종목 기반을 강화하고 유망주 발굴 등 저변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성적 부진에 대해 “일부 효자종목에서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무버’(선구자)로의 전환 시기를 놓친 것이 패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펜싱을 예로 들어 “변방 취급을 받던 한국 펜싱이 런던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자 유럽에서 오히려 태릉선수촌으로 합동 훈련을 올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 실력이 완전히 노출됐지만 정작 우리는 그 이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성적 부진은 자연스레 흥행 저조로 이어졌다. 최 평론가는 “이번 대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 첫 수영 금메달을 딴 박태환, 2012년 런던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축구 대표팀 등에 견줄 만한 대형 스타나 이슈가 없었던 데다 유도, 펜싱, 레슬링 등 초반 진행된 효자종목에서 메달이 더디게 나오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국 스포츠가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일본이 리우올림픽에서 성공한 것은 30년 이상 투자한 넓은 생활체육 토대 위에서 스포츠과학과 엘리트훈련 등을 적용시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이라면서 “금메달 2개를 딴 일본 수영은 초·중·고에 모두 수영장이 있어 전 국민이 수영을 할 줄 아는 토대가 마련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스포츠를 하는 인구가 많아져야지 박태환 같은 괴물 한 명만 나오기를 기다리면 한국 수영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더이상 국제대회 성적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에 급급해 엘리트 선수들을 쥐어짜 올림픽 ‘10-10’ 달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서 저변을 확대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지속적으로 나와 올림픽 성적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2위, 6위로 선전한 영국과 일본은 유소년클럽 등 생활체육을 중심으로 토대를 구축한 다음 엘리트체육에 집중 투자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6-08-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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