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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초저출산, 손쉬운 해법은 없다/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초저출산, 손쉬운 해법은 없다/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6-08-02 17:58
업데이트 2016-08-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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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저출산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통계청 발표 5월 출생아 수는 3만 4400명으로 200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저출산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평균 1.24명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렇지만 2013년 합계출산율이 1.19를 기록한 이후 미세하게나마 회복 기미가 있었던 출산율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선 것이 무엇 때문일까. 출산율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혼인율 역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초저출산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도 출산율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결혼 적정 연령대인 25∼34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극히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수가 45만명 내외를 유지했던 것은 베이비붐 자녀 세대 연령층이 두터웠기 때문이었지만 모수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2005년 저출산이 사회문제화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에 저출산 해결을 위해 보육비 지원을 비롯해 80조원 넘게 투입했지만 출산율 하락 추세를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 방향이 특별히 잘못됐다고 지적할 것도 별로 없다. 세 차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의 수립과 추진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한 선진국의 정책을 망라하고 있고, ‘일과 가정의 병행’이라는 각종 캠페인도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을 위한 배려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과거에 비하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TV 드라마 등에서도 가족과 출산의 중요성을 은근히 강조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저출산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보육비 경감이나 세금 경감 등은 분명히 필요한 정책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출산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 일본과 아시아의 신흥개도국 등에서 경험했거나 하고 있다. 스웨덴·프랑스·영국 등 저출산을 극복한 국가의 공통점은 육아와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더이상 개인과 가정의 부담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여권이 신장돼 양성평등도가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저출산의 늪에서 헤매는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과 대만·싱가포르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공통점은 가족주의가 여전히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가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전통적 의미의 끈끈한 가족 관계가 유지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데 그 제1 희생자는 ‘엄마’이고 여성이다. 가부장적 권위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 이후 출산, 육아 그리고 가사 전반에서 여성의 부담과 고통은 엄마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에서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런데 엄마가 더이상 자신의 고생을 딸도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지면서 과거 엄마같이 가족을 위해 봉사하려면 일과 가사의 부담이 엄마 세대보다 더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결혼이라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2명 이상의 출산이 가능하겠는가. 자신의 딸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국가 전체의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의 경제 불황이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실제로 물질적인 여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출산 결정이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지나친 경쟁 구도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팍팍한 세상을 태어날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출산 계획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저출산 문제의 완화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다각적인 정책들은 지속돼야 하겠지만,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사회 프레임의 모색이 저출산 해결의 본원적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6-08-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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