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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窓] 암환자 치료와 인공지능의 이용/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생명의 窓] 암환자 치료와 인공지능의 이용/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입력 2016-06-24 17:58
업데이트 2016-06-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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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인 승부가 있은 후 의료 분야는 실리콘 밸리의 선각자 비노드 코슬라가 발표한 “미래 80%의 의사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라는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필자는 방사선을 이용해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은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굉장히 발전했다. 현대 과학의 발전이 이처럼 실시간으로 반영된 진료과도 드물 것이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법 중 오래전에 시작된 세기조절방사선법(IMRT)에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비슷한 알고리즘이 사용되고 있다. 의사와 의학물리학자들은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고자 컴퓨터 알고리즘에 최상의 설계를 찾도록 명령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의료진은 원하는 최적의 치료법을 얻기 위해 입력인자를 컴퓨터에 제시한다. 제시된 입력인자에 따라 컴퓨터는 통계적으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치료법을 찾아 주고, 의료진은 컴퓨터가 제시한 결과를 검토하게 된다. 즉 방사선종양학과의 임상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바로 전 단계 수준의 활용이 실현되고 있다.

주어진 입력 인자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찾은 결과는 최적의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제시한 최적의 치료법은 결국 사람이 제시한 입력인자를 기반으로 내려진 최종 결정이므로 입력인자를 바꾸어서 인공지능에 지시한다면 아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시작점인 입력인자를 제시하고, 인공지능이 찾아낸 설계가 정말로 최적화된 내용인지, 환자의 치료에 가장 합당한지를 최종 결정하는 역할은 의료진이 담당해야 한다.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이용은 암 치료 분야뿐 아니라 다른 여러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은 완전히 의존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세돌과의 승부에서도 확인되듯이 알파고는 한 번 패배했다. 게임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의료 분야에서의 실수는 심각한 사고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완벽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믿고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 맡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현재 의사에 따라 치료 방법 및 진단이 달라지는 일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동일한 질병에 대해 의사마다 다른 방법이 제시되는 것은 의사의 소신 있는 진료에 의한 차이일 수도 있지만 최상의 처방과 상관없는 의도되지 않은 차이일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지금까지 이상적으로 치료된 환자의 설계도면들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진단과 치료에 표준화된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의사 또는 환자들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매우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영상의학과나 병리과의 고전적인 진단 업무는 상당 부분 변화할 것이지만 해당 분야의 의사 80%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정확도를 획득하고, 그럼으로써 절약된 시간을 의학 발전을 위해 더욱 생산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식론적 측면과 철학적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낳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측면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결하기 위한 상대라기보다는 인류에게 도움이 될 긍정적 도구로 기술이 발전해 인류의 생명에 긍정적 도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2016-06-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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