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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민생프리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

[김동수 민생프리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16-06-19 21:30
업데이트 2016-06-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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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가 지금 난관에 빠져 있다고 한다. 위기를 알리는 경보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으나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필자는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아직도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상태가 마냥 계속된다면 묵시록은 더이상 예언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성장과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던 해운·조선·철강·건설 분야의 구조조정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그 뒤를 이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권도 내심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금융 불안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시스템 위기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러니 부실이 더이상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더는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각론에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그 대안으로 총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한국은행이 대출한 돈으로 펀드를 만들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을 매입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 줌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기실 이는 20대 총선을 전후에 여당이 발표한 한국판 양적완화의 연장선상이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더이상 금리 인하의 여력이 없을 때 경제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국가 경제가 그야말로 비상시국인 상황에서나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니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말 속에는 우리 경제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점이 암시돼 있다. 결국 이는 우리 경제가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드러내 놓고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과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맞느냐다. 원칙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 자율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이란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분배되는 과정이자 시장 일부에서 발생한 생채기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여정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창조적 파괴의 일환이며 그만큼 시장이 건강하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장 실패가 의미하듯이 구조조정도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 두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정 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경우가 그렇다. 그로 인해 전후방 산업까지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고 실업자가 양산된다면 이는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스스로 해결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은 경영의 한계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구제금융에 가깝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국 경제가 처한 작금의 현실은 더이상 경영 위기에 빠진 몇몇 개별 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향후 한국 경제 50년을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이자 산업 재편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총리 주재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하게 된 것은 옳은 방향 전환이다. 지금부터라도 산업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정부의 좀더 엄중한 상황 인식과 책임 있고도 적극적인 정책 실행을 기대해 본다.
2016-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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