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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청 교육산책] 엄마에게 전해라

[이현청 교육산책] 엄마에게 전해라

입력 2016-05-08 22:58
업데이트 2016-05-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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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얼마 전 유행하던 유행가 중에 ‘백세인생’이라는 가요가 있습니다. 60세부터 100세 사이 나이의 사람들이 저세상에서 오라 할 때 가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이유를 비유해 부른 노래입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 ‘…라고 전해라’라는 가사가 젊은층으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끈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 교육과 관련해 ‘누가 사교육을 번창하게 만든 장본인인가, 누가 자녀들을 교육의 희생양으로 만든 장본인인가, 누가 입시 지옥을 야기한 장본인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 학부모들은 학교 탓과 교육정책 탓으로 돌리고 정부와 일부 정책 관련자들은 정책 잘못이 아니라 교육문화와 구조 탓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학부모도, 정부도,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모두 오늘의 교육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입니다.

하지만 모두 교육의 희생자라고 변명하기 일쑤입니다. 일류 학교를 나와야지만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직장을 졸업해야지만 행복한 삶이 된다는 ‘일류 학교=좋은 직장=행복한 삶’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고착돼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눈여겨볼 때 학부모들만의 탓도 아니요, 정부 탓만도 아니요, 교육정책 탓만도 아니요, 교사 탓만도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이 점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교육 관련 주체가 학부모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에게 특히 어머니들에게 이렇게 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과외를 많이 시키면 반드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전해라.

일류 학교를 나오면 반드시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전해라.

의사와 판검사가 지금처럼 일생을 보장하는 최고의 직장이 아니라고 전해라.

조기 유학과 기러기 가족이 자녀 교육의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고 전해라.

학교 성적이 자녀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전해라.

영어를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전해라.

부모가 자녀 입시 교육에 지나친 나머지 교육 학대(Educational Abuse)하고 있다고 전해라.

부모가 가르칠 것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방임(Educational Neglect)하고 있다고 전해라.

부모는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고 전해라.

부모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해라.

자녀는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라고 전해라.

교육은 100m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전해라.

진정한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전해라.

교육은 남과 다름을 배우고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 전해라.

교육은 자기 눈, 자기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해라.

교육은 사랑이라고 전해라. 교육은 섬김이라고 전해라.

교육은 나눔이라고 전해라.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육문화의 주체요, 객체는 학부모입니다. 학부모들은 모두 교육의 희생양인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자기 스스로 희생양을 만드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과외가 싫고, 교육비가 많이 들고, 암기 위주의 교육이 싫어서 조기 유학을 택한 학부모들이 뉴욕에 가면 한국 과외를 만들고, 베이징에 가도 한국 과외를 만드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한국 부모들이 일등 위주의 교육문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자녀를 만들려면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하고 격려하고 사랑하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는 일등 만능의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일등입니까? 모두가 일등입니다. 인간이 태어날 확률은 4억분의1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제 몫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므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해 다름을 키워 주는 것, 특성을 키워 주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이 되게 하는 것이 일등을 만듭니다.

한양대 석좌교수
2016-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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