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않는 대기업 우선 지원 대상서 뺀다

자구노력 않는 대기업 우선 지원 대상서 뺀다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4-24 18:28
수정 2016-04-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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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어제 靑서 현안회의



24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왼쪽) 본사 1층에 위치한 모형 컨테이너선 뒤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만 현대상선(오른쪽) 터미널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다. 두 해운사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합병이냐, 독자 생존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왼쪽) 본사 1층에 위치한 모형 컨테이너선 뒤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만 현대상선(오른쪽) 터미널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다. 두 해운사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합병이냐, 독자 생존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구조조정 예상업종의 고용유지와 실직자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수주 부진과 사상 최악의 적자로 벼랑 끝에 몰린 조선·해운업계 등은 업체별 선별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이 솔선수범해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선 지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구조조정의 속도는 높이지만 ‘조건 없는 퍼주기’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은 청와대에서 경제현안회의(서별관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 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유지 지원 방안과 실업 발생 시 취업지원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26일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조조정에 대한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가 주말 서별관회의 내용을 당일 외부로 공표하는 것을 이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요일 오전 서별관회의를 열 정도로 구조조정이란 현안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정부 역시 해당사안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사인”으로 해석했다.  이날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조선업종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위기지역은 실업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5%가 넘어야 지정할 수 있지만,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심의·지정할 수 있다.
 다만 고용정책기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정부가 반드시 그 업종에 속하는 모든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조선업체가 자구 노력을 거부한다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려운 사정에 처한 협력업체를 먼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 문제는 관련 기업이 얼마나 자구노력을 하느냐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 노조와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조 5000억원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2012년부터 노사 합의로 운영해오던 임금피크제 폐지를 임단협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또 성과연봉제 폐지와 퇴직자 수만큼 자동충원, 우수 노조원 100명 해외 연수 등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고재호 전 사장은 총 21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대표도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근로자 평균 연봉은 7827만원, 대우조선해양 7500만원, 삼성중공업은 710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 무주택자 융자,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다. 2014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근로자 임금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2.64배나 됐다. 같은 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근로자 임금이 1인당 GNI의 1.74배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현대중공업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 책임을 재벌 오너에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의 경영 방식을 답습해 사태를 심각하게 키웠다”며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오너들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실 경영에 대해 채찍질을 하는 게 마땅하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재 출연 등으로 오너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4-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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