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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입력 2016-02-26 17:38
업데이트 2016-02-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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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임오군란 뒤 들어온 중국인들이 만들어…아편전쟁 후 英 상인 위한 탕수육 일제 때 전래

짜장면은 마음 저편에 떠오르는 추억이다. 어릴 적 가족 외식 땐 이만한 맛이 없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꽃을 피우게 하던 성찬이다. 중년이 되고도 그 느끼한 기름 맛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탕수육 한 접시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짜장면과 탕수육에는 중국인들의 고단한 역사가 담겼다.

짜장면의 유래를 따지다 보면 1882년 구한말 임오군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식 유신(維新) 움직임 탓에 형편없는 처우를 받던 조선군 병사들이 무장봉기를 하자 일본군은 유혈 진압을 했고, 이에 맞서 청나라 군대가 한반도에 진주했다.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산둥 지역 상인들이 인천항을 통했다. 인천항에는 중국에서 온 일용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때 산둥식 된장을 밀국수에 간단히 비벼 먹는 음식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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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2만 4000여곳… 화교 500여곳 운영

산둥 출신 중국인의 음식점은 춘장에 물을 타서 푼 뒤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단맛의 소스를 곁들인 짜장면을 탄생시켰다. 산둥 된장 본래의 짠맛을 줄이고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맛을 더했다. 그러나 중국 화교는 1940년대 최대 8만여명에 이르다가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하나둘씩 한국을 떠났고, 1960~70년대에는 우리 정부가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돌아갔다. 또 1990년대에는 중국 인민국 수교와 대만의 국교 단절로 귀향 행렬이 계속된다.

중국인들이 떠난 음식점은 한국인들이 인수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중국집 2만 4000여곳 가운데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5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수육도 물고 뜯기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 다툼 시절에 탄생한 음식이다. 대영제국의 기세를 자랑하던 영국은 청나라에서 수입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에 열광했다. 영국은 동양의 신기한 물건들을 수입하면서 매년 막대한 양의 은을 지불했으나,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무역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녹말 등 입혀 튀긴 돈육 포크 쓸 수 있게 고안

그러자 영국 상인들은 몹쓸 꾀를 냈는데,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귀해진 은 대신에 지불 대금으로 유통시킨 것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성들의 아편 사용을 금지시키고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압수해 불에 태웠다. 결국 영국과 중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터졌고, 1842년 해전에서 패전한 중국은 강화조약을 통해 영국인들의 상주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땅에서 마치 주인처럼 굴던 영국 상인들은 중국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고 젓가락을 쓰는 음식 문화도 마땅치 않았다. 눈치만 살피던 중국인들은 하는 수 없이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간장, 생강,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하고 계란 흰자와 녹말가루를 푼 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겼다. 소스는 녹말가루와 설탕, 간장 등을 푼 물에 버섯, 당근, 오이 등 채소와 식초를 넣어 만들었다. 탕수육은 ‘달고 신맛이 나는 고기’라는 뜻이다. 또 포크로도 충분히 찍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후 탕수육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에도 전해져 고급 청요릿집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졸업식 날 어머니가 사주신 짜장면과 탕수육은 그동안 학교생활을 잘해줘 고맙고 기특하다는 애정이 담긴 부모님의 마음이다.

kkwoon@seoul.co.kr
2016-02-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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