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력제재 접점 못 찾은 美·中

대북 강력제재 접점 못 찾은 美·中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1-27 23:00
수정 2016-01-2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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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마라톤협상 불구 입장차

미국과 중국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제재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날카롭게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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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잡았지만…
손은 잡았지만…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오른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앞서 이날 베이징 외교가에선 케리 장관과 시 주석의 만남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4시간이 넘도록 마라톤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을 벌주기 위해서는 더 특별하고 더 강력한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세계를 이끄는 국가는 마땅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중국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의무를 다 했다”면서 “중국을 음해하는 근거 없는 왜곡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맞섰다.

케리 장관은 이어 “중국은 북한이 세계로 연결되는 주요 통로”라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 무역을 제한해 김정은 체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고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이 부장은 “우리는 오직 대화와 협상의 길을 간다”면서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새로운 제재가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켜서도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케리 장관이 “아무런 핵무기를 갖지 않았던 이란은 북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를 받았고 결국 대화의 테이블로 나왔다”고 주장하자 왕이 부장은 “우리는 특별한 사건과 시류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협상이라는 ‘한반도 3원칙’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왕 부장은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 핵비확산 체계에 충격을 줬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당연히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안보리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도 “오늘 양국이 강력한 결의와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이어 “유엔 대북 제재 영역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며 중국을 거듭 압박했다.

양국 외교 수장이 첫 회동에서 격돌함에 따라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은 장기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제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에 대한 제재 결의안 1718호는 5일 만에 채택됐고,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25일) 결의안 1874호는 18일 만에 채택됐다. 제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에 대한 결의안 2094호가 나오는 데는 23일이 걸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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