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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커피’ 너는 내 운명

[포토 다큐] ‘커피’ 너는 내 운명

강성남 기자
입력 2015-10-11 17:50
업데이트 2015-10-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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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지적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 현장에 가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페라테, 카푸치노…. 커피 음료의 종류도 많고 인기도 많은 세상. 멋진 향과 다양한 맛의 커피를 만드는 직종인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장애가 있지만 최고의 바리스타를 꿈꾸며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그들과 기초교육과정 5주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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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 교육생들이 매장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실습장에서 바리스타 강사에게 커피를 만드는 과정의 사소한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배우고 있다.
청각 장애 교육생들이 매장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실습장에서 바리스타 강사에게 커피를 만드는 과정의 사소한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배우고 있다.
●첫 번째 만남

서울 중구 퇴계로 맞춤훈련센터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교실.

커피에 관해 칠판 가득 적어 가며 가르치는 선생님과 그 내용을 수화로 교육생에게 전달하는 수화 선생님이 있다. 교육생들은 바쁜 눈동자로 칠판과 수화를 번갈아 보며 필기에 열심이다. 청각 장애 교육생이 모인 바리스타교실의 느낌은 ‘고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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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들의 집중하는 눈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글을 읽는 속도는 느리고 자주 틀린다. 마음씨 곱게 생긴 선생님은 참을성 있게 반복해서 읽어 주고 질문으로 확인한다. 뒤에 앉은 교육생은 눈꺼풀이 내려온다. 밀려오는 졸음을 참다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눈인사로 민망함을 모면한다. 지적 장애 교육생이 모인 교실의 느낌은 ‘긴장감’이다.

●두 번째 만남

교육생은 손으로 질문하고 선생님도 손으로 답한다. 매장과 비슷한 구조로 꾸며진 주방에서 커피머신의 스위치를 반복해서 누르고 손잡이를 당긴다.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팀에 놀란 학생의 표정이 점점 자신감으로 변해 간다. 처음 만들어 본 커피가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맛보고 수화로 솜씨를 평가한다. 청각 장애 교육생이 모인 실습장의 느낌은 ‘자신감’이다. 탁자 위의 빵과 컵이 어지럽다. 커피머신 실습을 먼저 하겠다는 학생들로 소란스럽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학생들을 진정시킨다. 커피머신 다루는 법은 벌써 다 알고 있다는 듯 딴짓하며 집중하지 않다가 막상 실습에서는 틀리고 엉뚱한 짓으로 주변을 웃긴다. 지적 장애 교육생이 모인 실습장의 느낌은 ‘소란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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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가 조심스럽게 우유 거품을 커피 위에 얹고 있다.
‘리베’가 조심스럽게 우유 거품을 커피 위에 얹고 있다.


●세 번째 만남

청각 장애, 지적 장애 교육생이 함께 모여 있다. 책상 위에는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와 다양한 커피 가루가 담긴 봉투가 있다. 원두의 양과 추출 시간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청각 장애 교육생들은 금방 이해한 듯한 모습이다. 지적 장애 교육생들은 또 딴짓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다.

“커피의 맛을 표현해 보세요”라는 요구에 지적 장애 교육생은 소란스럽게 답하는 반면 청각 장애 교육생은 뚱한 표정이다. 반복된 요구에 “우리는 표현에 한계가 있어요”라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얼굴에 ‘아차’ 싶다는 표정이 지나간다. 세 번째 만남에서의 느낌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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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 교육생들이 매장에서 능숙하게 다뤄야 할 커피머신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청각 장애 교육생들이 매장에서 능숙하게 다뤄야 할 커피머신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네 번째 만남

교실이 분주하다. 벽에 붙어 있던 플래카드도 내려져 있다. 드디어 수료식이다. 5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모두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정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는 교육생은 취업에서 제외된다. 5주간 교육생과 함께한 인사담당자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라임, 유, 비오!” 인사담당관은 탈락한 교육생의 닉네임을 부르며 “수료식에 참석하는 분들께 인사 잘하자!”라는 말로 애써 아쉬움을 감춘다.

애틋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망울이 흔들린다. 네 번째 만남에서의 느낌은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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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가 자꾸 실수하는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라테 만드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비오’가 자꾸 실수하는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라테 만드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꿈

아이 엄마인 리베(닉네임).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집을 갖고 싶어요.”

가장 나이가 많은 다리아. “저는 열심히 해서 매장에서 제일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거예요.”

자주 일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윤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미술을 전공한 클로이.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돈을 벌어요.”

얼굴이 곱상한 엘리나. “디자인엔 소질이 없어요. 최고 바리스타가 될 것입니다.”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소박한 꿈이다.

간절한 소망이 그 맑은 눈 속에 충만하다.

오늘도 커피향에 몰두하며 땀 흘리고 있을 많은 장애인들.

그들의 꿈이 꼭 실현됐으면….

내 마음도 간절하다.

글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2015-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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