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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⑧ 자살은 나 만의 죽음일까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⑧ 자살은 나 만의 죽음일까

입력 2015-10-08 15:06
업데이트 2015-10-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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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가장이 암 투병중인 아내와 고교생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제적 이유로 부부가 가정불화를 겪다 동반의 죽음으로 끝난 비극이 서글프다. 살아내기가 죽을 만큼 힘들었다지만 꼭 그런 처참한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자살률이 높다. 벌써 11년째 달갑지 않은 최고의 불명예를 안고있는 셈이다. 정부와 종교계가 이런저런 자살 예방 캠페인과 운동에 나서고 있다지만 자살 소식은 도통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근래 들어 전해지는 자살의 배경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목숨까지 버리는 고통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엔 유난히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쏠린다. 그런데 죽음의 이유와 상관없이 종교계에서 자살을 보는 시각은 일반 사회의 인식보다 훨씬 더 나쁘고 결코 저질러선 안될 ‘최고의 악’이다. 불교에서는 자살을 타살과 같은 죄로 보며 자살뿐만 아니라 남에게 죽음을 찬탄하여 자살하도록 하는 것까지 금하고 있다. 생명은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한 방편이므로 수명을 단축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기독교에서 자살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죄악이다. 천부의 귀한 제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는 일이란 용서받지 못할 극악이다. 그래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자들은 가정에 자살이 발생할 경우 공동체에 쉬쉬하며 숨기기 일쑤이다. 다른 종교에서도 자살이 생명 존엄에 따른 절대불가의 원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종교계에서 자살을 용납할 수 없는 극악으로 여기는 큰 이유중 하나는 나 말고도 남까지 같이 해친다는 점이다. 남은 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지우는 해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자살은 개인적 행동이지만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13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종교가 없는 사람일수록 자살기도율이 높았다고 한다. 종교가 없는 경우가 무려 65.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종교를 갖고있는 인구 비율이 53.1%이라고 할 때 신앙인일수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자살 예방과 관련해 종교계의 역할과 노력은 커 보인다.

 실제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복지부와 ‘자살예방을 위한 범 종교 협약식’을 가졌다. 각 종단과 교단이 자체적으로 자살 예방 운동을 벌이고 있고 연합의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우리나라 자살률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을 ‘공동체 삶의 붕괴’로 꼽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계에 쏟는 기대가 큰 것 같다. 평화로운 삶, 화합하는 삶, 나와 남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종교가 추구하는 많은 공동의 선(善)이 있다지만 ‘공동체 지킴이’로서의 종교 위치가 유난히 커 보인다. “종교계가 제 각각의 교리적인 말보다는 실천적인 자비, 사랑을 실행해야 한다”는 한 목회자의 말이 실감 난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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