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성모병원 뒤늦게 공개 왜
보건 당국이 5일 뒤늦게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 41명 가운데 30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나머지 사례 중 다수도 이 병원에서 파생된 감염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병원이 사실상 ‘메르스의 온상’이 된 셈이다. 정부가 이 병원의 환경에 주목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 끝에 병원 이름을 공개한 이유다.정부가 5일 메르스 전파의 진원지로 지목해 이름을 공개한 평택성모병원이 지난달 31일 잠정 폐쇄된 직후의 모습. 병원 직원들이 썰렁해진 병원 바깥을 살펴보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 병원에서는 최초 감염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노출된 침방울과 오염된 환자복이나 침대·베개 등의 리넨 등에서 발생한 먼지가 환기·배기가 되지 않은 채 병실 안에 고농도로 쌓인 것으로 보인다.
5개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 조각(RNA)이 나온 점으로 볼 때 에어로졸 상태가 된 침방울 입자 등이 훨씬 먼 공간까지 떠서 이동해 병원 곳곳으로 옮겨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고리와 화장실, 가드레일 등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의 조각이 검출됐다.
조사팀이 발견한 또 하나의 바이러스 전달자는 의료진이다. 환자가 집중 발생한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 인력들도 확진 환자로 판정됐는데, 이들이 감염된 상태로 병실을 돌면서 병원체를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병원을 단순 방문한 시민들까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건 당국이 최초 환자가 입원한 지난달 15일 이후 목적에 관계없이 이 병원을 찾은 모든 방문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원 이름을 공개한 것은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져 나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밀접 접촉자뿐 아니라 간접 접촉자까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5-06-0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