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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히 연주해 좋은 성과… 음악 접근하는 법 알아가는 듯”

“담담히 연주해 좋은 성과… 음악 접근하는 법 알아가는 듯”

입력 2014-03-19 00:00
업데이트 2014-03-1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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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콩쿠르’ 우승 ‘노부스 콰르텟’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국내 클래식 음악사를 새로 써 나가는 연주 그룹이 있다.

평균 나이 26세인 젊은 연주자 네 명으로 이뤄진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의기투합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29)과 김영욱(25), 첼리스트 문웅휘(26), 비올리스트 이승원(24)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유명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에만 열광하던 국내 클래식 시장뿐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무대에서도 기량을 과시하며 현악사중주의 매력을 한껏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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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국제콩쿠르에서 우승,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의 소속 연주자로 낙점되며 해외 무대로 반경을 넓힌 노부스 콰르텟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진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문웅휘(첼로).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올해 국내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국제콩쿠르에서 우승,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의 소속 연주자로 낙점되며 해외 무대로 반경을 넓힌 노부스 콰르텟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진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문웅휘(첼로).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특히 올해는 노부스 콰르텟의 해였다. 국내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지난 2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제모차르트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지멘아우어의 소속 연주자가 됐다는 낭보를 잇따라 전했다. 2008년 일본 오사카 국제실내악콩쿠르(3위), 2009년 프랑스 리옹 국제실내악콩쿠르(3위), 2012년 독일 ARD국제콩쿠르(2위), 하이든국제실내악콩쿠르(3위 및 청중상) 등 오롯이 실내악에 집중해 온 결과였다.

“ARD콩쿠르만 해도 ‘영혼을 다 바쳐서 해 보자’고 벼르고 허리가 아파서 승원이가 제 악기(첼로)를 들어주기까지 하면서 힘들게 치렀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비장하게 ‘해내야 한다’고 했으면 못 했을 텐데 오히려 담담하게 임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순수하게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 가고 있다고 할까요.”(문웅휘)

우승을 거머쥔 잘츠부르크 국제모차르트콩쿠르는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하루 8시간씩 혼신을 다한 결과였다. 멤버들은 “콩쿠르 우승 자체보다 부상으로 주어진 연주 투어와 하겐 콰르텟(오스트리아의 세계 정상급 현악사중주단)의 레슨을 언제든지 받게 된 게 가장 기뻤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6월 하겐 콰르텟을 만나기로 한 시간과 장소까지 기억해 놓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저희에게 하겐 콰르텟은 선망의 대상이에요. 그 멤버들이 저희 연주를 보고 무대 뒤에 와서 ‘너무 좋았다’고 칭찬해 주고 결과가 나온 뒤 열린 파티장에서도 심사위원장인 루카스 하겐이 격려해 주니 뛸 듯이 기뻤죠.”(이승원)

하지만 콩쿠르 도전은 이제 종지부를 찍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콩쿠르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까지 오르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공연 기회를 마련해 주는 소속사가 생겼으니 더 이상 콩쿠르를 나가는 게 의미가 없기도 하고요.”(김재영)

창단 초기 멤버들은 무대 기회가 없어서 거듭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하겐 콰르텟, 아르테미스 콰르텟,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지멘아우어에 소속되면서 이제 국내에서 보기 힘들 만큼 ‘핫’한 연주자가 됐다.

“2017년까지 스케줄이 다 찼어요. 한 달에 4~5번은 보통이고 오는 11월에는 11건의 공연이 잡힐 정도로 해외 공연이 가득해요. 그간 콩쿠르 우승 때마다 독일·네덜란드 등 다른 에이전시들의 제안을 마다하고 지멘아우어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죠.”(이승원)

저마다 개성도 성격도 다른 네 명이 뭉치다 보니 균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이 이들을 강하게 결속시켰다.

“무엇보다 콰르텟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좋은 곡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 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해 나가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죠.”(김재영)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회 프로그램은 늘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해 8월 바흐의 푸가의 기법 전곡 연주로 팬들과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데 이어 오는 29일 2년 만의 정기연주회에서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12번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15번을 꺼내 든다. “멤버 모두 새 곡을 받아들 때마다 ‘이건 힘들겠다’는 소리 대신 ‘해 보자’는 도전 정신으로 뭉쳐 있어요.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매번 새롭고 어려운 곡에 도전하는 게 젊은 연주자들에겐 숙명인 것 같아요.”(김영욱)

“콰르텟 연주자가 솔리스트보다 행복한 건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소리가 어떤 건지 곁에 있는 동료들이 얘기해 주고 기량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연주를 계기로 사람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거예요.”(문웅휘)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3-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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