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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클래식 차려드릴게요”

“맛있는 클래식 차려드릴게요”

입력 2014-01-15 00:00
업데이트 2014-01-15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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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위그모어홀’ 감동 재현에 나선 피아니스트 그레이스 여

“어릴 때부터 이름을 얻는 스타 연주자요? 한번도 부러워해 본 적 없어요. 이름값으로 들었다가 실망한 적도 많고 기대하지 않은 음악가에게 감동한 적도 많거든요. 스타가 되기보단 갈수록 깊어지는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게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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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여기영(그레이스 여)은 “노래 부르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치라는 안드라스 시프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여기영(그레이스 여)은 “노래 부르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치라는 안드라스 시프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영국 런던을 베이스캠프로 유럽으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피아니스트 여기영(그레이스 여·28)이 오는 23일 국내에서 첫 번째 리사이틀(독주회)을 연다.

“유럽 관객들이 늘면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영국으로 무대를 옮긴 이후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발전했다는 걸 느끼거든요. 이젠 그 시간이 왔다 싶었죠.”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서 지난해 12월 27일 런던 위그모어홀에서의 감동을 재현한다. 자신의 이름을 오롯이 내건 첫 독주회에서 그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마지막 작품인 내림 마장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등 위그모어홀에서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옮긴다.

“위그모어홀은 안드라스 시프, 라두 루프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기 서볼 수 있을까’ 늘 꿈꿨던 무대였어요. 피아노 건반을 미세하게 건드리기만 해도 객석 끝까지 다 들리는, 음향이 완벽에 가까운 홀에서 ‘내 음악으로 청중이 하나가 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그때의 느낌을 다시 한번 되살릴 예정입니다.”

당시 공연에서 그는 현지 언론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레이스 여의 프로그램은 폭넓고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르는 그의 재능을 드러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베토벤과 리스트를 넘나드는 풍부한 색채는 음악에 대한 그의 장악력을 보여줬다”(뮤지컬 오피니언)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공연이란 맛의 조화가 완벽한 코스 요리를 차려내는 것과 같다는 그의 정성이 깃든 덕분이다. “제게 주어진 80~90분은 최대한 아름답게 짜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타터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 와인까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는 완벽한 코스 요리처럼요. 그래서 이번 공연도 전반부는 베토벤, 하이든 등 고전, 후반부는 리스트 등 헝가리안 색채로 다채롭게 꾸몄죠.”

4세 때 피아노 앞에 처음 앉은 그는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런던으로 옮겨 길드홀음악학교에서 바버라스트링거 장학생으로 석사 과정과 펠로십을 마쳤다.

2009년 유럽 베토벤협회 주최 피아노콩쿠르에서는 우승과 함께 청중상 등 특별상 2개를 수상했다.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자신의 터를 다져온 그에게 음악인으로서의 목표를 묻자 ‘모범생’다운 정직한 답이 돌아왔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누가 만들어준 음악이 아니라, 작곡가와 그의 음악을 신중하게 해석해 내놓는 저만의 음악을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서라도 나이를 더 빨리 먹고 싶어요(웃음).” 2만~3만원. 1544-5142.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1-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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