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59년 만에 사면된 ‘컴퓨터 창시자’

사망 59년 만에 사면된 ‘컴퓨터 창시자’

입력 2013-12-25 00:00
수정 2013-12-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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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獨 암호 푼 英수학자 동성애 유죄 판결받은 뒤 자살 호킹 등 청원에 英 명예 회복

1952년 영국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독사과를 먹고 자살한 ‘컴퓨터 시조(始祖)’ 앨런 튜링(1912~1954)이 사망한 지 59년 만에 영국 여왕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에 대한 사면은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수만 명의 청원에 따라 영국 정부가 왕실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튜링의 명예 회복으로 이어지게 됐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24일 튜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사면권에 따라 공식 사면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인 튜링은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42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로 평가받는다. 그는 1936년 ‘보편적 기계’ 개념을 창안했고 정보저장용 컴퓨터의 최초 모델을 개발해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러나 동성애자였던 그는 당시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던 영국에서 1952년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과 화학적 거세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연구를 계속하고자 했던 그는 호르몬 주사를 통한 거세를 택했지만 결국 강제적 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2년 후 자신의 연구실에서 청산가리를 묻힌 사과를 베어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국에서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지난 1967년이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12-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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