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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흔들리는 미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흔들리는 미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3-10-28 00:00
업데이트 2013-10-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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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의 전투 항공력과 세계 각국의 전투 항공기를 전시하는 국제에어쇼를 2년마다 공군은 개최한다. 짜릿한 곡예비행도 주목을 끌지만 세계 최첨단 항공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민과 함께하는 항공 축제다. 올해는 청주에서 개최한다. 그런데 이 에어쇼에 우리의 동맹 미국 공군의 전투비행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바로 얼마 전 봉합되었던 미 연방정부 셧다운 (폐쇄조치) 때문에 한국에 비행기를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전력운영에 치명적이지 않은 여러 행사를 대부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미국은 처해 있다.

패권국가는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를 자국의 선호에 맞게 운영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권국가의 동맹국들은 패권국 세계 질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또한 패권 질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패권국의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정통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매우 고질적이다. 이번에 겨우 봉합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미국 경제의 고질적 난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지난 10월 17일 백악관과 의회의 예산안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예산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통과된 예산법은 국방 예산을 4750억 달러 (약 540조원)로 제한하였다. 따라서 국방부가 아무리 예산을 높게 요구하고 의회가 설사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국방부 예산은 자동으로 삭감된다. 이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국방부 기자 회견에서 “동맹국들이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할 수 있는가’, ‘미국은 조약과 약속을 지킬 것인가’ 등의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이는 우리 모두의 중대한 문제로써 국가안보는 물론 세계에서의 미국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사실상 어려움을 실토하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안보적 난관은 경기가 회복되거나 군 자산의 적절한 운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의 패권적 정통성에 의심할 만한 일들이 여럿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 대통령과 시민에 대한 미국 정보 당국의 무차별적 도청과 감청에 분노하고 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미국의 행동에 엄청난 비난을 표한다”라고 하였고,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맹국들끼리 이런 감시 행위를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청하는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키로 하였다. 일본의 방위 예산 증강과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패권적 이익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역사적 진실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는 일본의 손을 번쩍 들어준 미국이 정말 우리의 동맹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을 지지하는 미국의 도덕적 잣대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어려움을 활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는 일본, 이를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군사동맹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이익은 이미 설 자리가 애매모호해진 것이다. 더욱이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를 통해 동맹의 그늘 속에서 안주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남북관계의 건설적 발전이 없는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과거와 같이 강대국 국제정치 비극에 휩싸이지 말아야 한다는 냉철한 국가관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우리의 이익이 한·미동맹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미국 패권의 변화를 인식해야 하는 냉철한 판단력과 전략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 정책 결정자들과 보수 및 진보 식자들의 시대 소명적 각성이 요구된다.

2013-10-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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