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수집가 ‘오구라 컬렉션’ 기증 조선왕실 물품 공개
도쿄국립박물관은 1일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 전시에서 ‘용 봉황무늬 두정 갑옷과 투구’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왕의 갑옷과 투구를 선보였다. 박물관 측은 이 유물에 대해 19세기 조선 물품이며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소개했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남선합동전기회사를 운영한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1000여점의 문화재로 구성돼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이날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으로부터 왕실 물품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고 시기 등으로 미뤄 볼 때 고종이 사용하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투구의 이마 가리개 부분이 백옥으로 돼 있고 발톱이 5개 달린 용이 새겨진 점, 투구 양쪽에 날개가 달린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투구 맨 위에 최고 지위를 나타내는 백옥 장식이 있는 점도 통치권자인 왕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객이 당시 방에서 들고 나온 ‘풍혈반’(風穴盤)이라는 이름의 소반도 전시됐다. 이 소반은 나무로 제작해 옻칠을 한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 기재됐다.
한편 이날 전시된 조선시대 유물이 도난품이라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혜문 스님은 “왕실 물품은 (왕족을 관리하는 부처인) 궁내청이 관리하던 것이고 개인이 소장할 수 없는 것인데 도쿄국립박물관이 오구라 컬렉션으로부터 기증받았다면 도난품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3-10-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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