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생활에 적금도 깬다… 1년새 35% 급증

팍팍한 생활에 적금도 깬다… 1년새 35% 급증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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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우리·하나은행 계좌 분석 결과

최근 직장인 송모(41)씨는 다달이 30만원씩 3년 이상 부어 온 적금을 해약했다. 전세금을 2000만원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빚을 지는 것보다는 있는 돈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송씨는 “중도 해약을 하면 이자 손해가 크다는 건 알지만 당장 돈 한푼이 아쉬우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조모(37)씨도 올 초 가입한 적금을 해약했다. 당장 생활비도 모자란 상황에서 매월 수십만원씩 들어가는 걸 감당할 수가 없었다. 조씨는 “애들 학원비에 부모님 용돈에 매월 들어가는 돈이 많아 현 상태에서 저축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생활비, 주거비 등을 생각하면 당분간 돈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기 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적금을 깨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3일 국민·우리·하나 등 시중 3개 은행의 적금 계좌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5월 한달 동안 23만 5965건이었던 적금 해약이 올 5월에는 26만 398건으로 1년 새 10.4%가 증가했다. 해약 금액은 9543억원에서 1조 2858억원으로 34.7% 급증했다.

해약 금액 증가율이 해약 건수 증가율의 3배를 웃도는 것은 불입기간이 길거나 적립액이 큰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해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상품 해약률이 통상 30% 정도인데 최근에는 상품별로 최대 50%에 이르기도 한다”면서 “신규계약 건수도 지난해 5월 29만 1963건에서 올해 5월 32만 5807건으로 지난 1년간 10% 이상 늘었지만, 해약 금액의 규모가 워낙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적금 해약이 증가하는 것은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부채는 늘어나는 등 가계경제의 질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재산을 비축할 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지출 동향(통계청 발표)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던 2009년 이후 가장 나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 평균 명목소득이 419만 3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고작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3분기 -0.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거의 제자리걸음(0.3%)을 했다. 이런 가운데 올 1분기 가계부채 총액(한국은행 발표)은 908조 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조 1000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저축상품을 해지할 때에는 일단 펀드를 먼저 팔고, 적금을 깨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했다. 적금은 이자율이 낮은 상품부터, 재형저축은 가입시기가 오래된 상품부터 해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웅태 우리은행 대치중앙PB센터 차장은 “연 4%대 이자를 주는 청약저축처럼 고금리 상품은 가급적 아껴두어야 하며 저축성 보험처럼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도 가능하면 해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6-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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