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줄어든 서울 강서구 방화중의 비밀… ‘레인보우 합창단’
“이이이이이~윔모웨~윔모웨.”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중학교의 음악교과실. 스무명 남짓한 남녀 학생이 한데 어울려 손가락을 튕기며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언킹’ 주제곡의 아카펠라 화음을 맞춘다. 눈을 찡긋거리며 신호를 주고받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제법 능숙하다.
서울 강서구 방화중학교 레인보우 합창단원들이 20일 오후 음악교과실에 모여 자신들의 공연에 나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 교사가 합창단을 만든 것은 2009년이다. 한 해 전 부임한 이 학교에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사춘기의 혼란과 좌절감, 분노 등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학교처럼 학교 폭력이 골칫거리였다.
이화수 교사
합창단의 성공 비결을 묻자 이 교사와 학생들은 “비빔밥식 운영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말썽꾸러기와 외톨이까지 평소 함께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한데 끌어모았다. 누구나 합창단에 가입할 수 있게 했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눈에 띄면 교사들이 합창단 활동을 권유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색깔을 지닌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깨우쳤다.
마음속 답답함을 노래로 풀 배출구를 만들어 주니 학교 폭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때 학교 일진이었다는 김수민(15·가명)군은 “보통 끼리끼리 놀지만 사실 다른 부류의 친구도 사귀고 싶었다”면서 “처음에는 범생이(모범생의 은어)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합창단 소속이 아닌 말썽쟁이 학생들도 같이 어울리던 일진 친구가 합창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려면 상대방의 목소리와 숨소리에 나를 맞춰야 한다”면서 “남을 배려하지 않던 아이들도 합창을 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맞추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화중 관계자는 “합창단 운영 등으로 학교폭력 발생이 4~5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방화중 이외의 다른 학교에서도 음악을 통해 학교 폭력을 줄이려는 욕구가 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전국 96개 초·중·고교의 교사 50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2%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음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사는 “올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했지만 아이들이 붙잡은 덕에 5년 더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3-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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