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을 버려야 KT가 산다”…2000억弗 ‘가상재화’ 공략

“통신을 버려야 KT가 산다”…2000억弗 ‘가상재화’ 공략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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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회장 가상재화 추진력 한몫…“글로벌 시장서 주도적 역할 하겠다”

‘통신을 버려야 KT가 산다.’ 통신기업 KT의 비(非)통신 바람이 거세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스트림, 한류 영어정보 사이트 숨피, 유무선 음악포털 올레뮤직, 음악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지니, 앱스토어 올레마켓, 한·중·일 앱스토어 오아시스….’ BC카드와 KT금호렌터카, KT스카이라이프 등을 먹어 치운 KT가 보유한 플랫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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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이 올해 초 시무식을 대신한 경영설명회에서 가상재화 유통을 통해 글로벌 유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KT 제공
이석채 KT 회장이 올해 초 시무식을 대신한 경영설명회에서 가상재화 유통을 통해 글로벌 유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KT 제공


KT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이는 KT가 통신 공룡 기업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컨버전스 기반으로, 세계적 콘텐츠 유통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작품들이다. 이들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석채 KT 회장이 “이대로는 KT의 미래가 없다”며 변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음원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소비되는 모든 재화를 의미하는 가상재화(Virtual Goods) 상품시장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무명 가수였던 싸이는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린 뒤 6개월 만에 12억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유튜브에서 8억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과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 두 곡뿐이다. 베이비가 조회 수 8억건을 달성하는 데 1009일이 걸렸다면 강남스타일은 13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었다면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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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의 말씀. 이런 면에서 싸이의 성공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재화의 일종인 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 콘텐츠를 확보하면 얼마든지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일찌감치 꿰뚫어 본 시장이 바로 이 가상재화 시장이다.

7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 규모는 2011년 308억 달러에서 2016년 1921억 달러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보조금에 시달리고,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에 매달리느니 이들 신성장 시장을 공략하자는 게 KT의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KT라는 항공모함이 유선전화 사업의 수익 저하라는 구멍이 뚫리며 서서히 침몰했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인 가상재화는 KT 항공모함의 뚫린 구멍을 충분히 막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재화를 얹은 KT 항공모함은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새로운 출항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유무선 분야에서는 정체된 반면 비통신 분야에서는 선전했다. 지난해 KT는 전년 대비 11.8% 늘어난 23조 7903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세 그룹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전년 대비 30.9%(1323억원) 증가한 4조 4199억원, 영업이익은 32.4%(717억원) 증가한 2930억원에 달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올레경영 2기 선포식에서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비통신 분야의 매출을 2015년까지 2.5배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국경도 관세도 없는 유무선 브로드밴드로 연결된 글로벌 단일 시장에서 가상재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KT는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 경영설명회에 이어 최근 비통신 분야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방문해 “올 아이피(All-IP)와 가상재화 시장에서 대표적인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투자펀드 600억원·대출펀드 400억원) 펀드도 조성했다. 역량 있는 중소제작사에 자금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장비도 지원한다. 제작된 콘텐츠는 인터넷TV(IPTV)와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유스트림, 숨피, 올레뮤직 등 KT 그룹 내 플랫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비통신 사업을 비롯해 플랫폼과 콘텐츠 기반 마련으로 올해는 새로운 수익창출과 미래성장을 본격화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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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재화 과거 온라인 게임 등에서 사고파는 아이템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음원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소비되는 모든 재화를 의미한다.

2013-02-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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