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베테랑 “하루 5장 계약 힘들어”

20년 경력 베테랑 “하루 5장 계약 힘들어”

입력 2013-01-09 00:00
수정 2013-01-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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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는 카드시장에 모집인 된서리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새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규카드 발급 대상이 줄어들면서 카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무이자 할부 중단, 부가서비스 축소 등 카드업계의 ‘변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그 틈새에서 된서리를 맞은 이들이 있다. 카드 모집인들이다. 이들은 금융 당국의 탁상행정과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서울 을지로에서 경력 20년차의 S카드 모집인 L(54)씨를 만났다.

L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장 상황을 모르고 규제를 내놓는 금융 당국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길거리 카드 모집 금지와 사전 고객 예약 상담제를 들었다.

“길거리 모집 금지 카드를 꺼내든 금융 당국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묻지마 발급’을 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떳떳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길거리 모집의 문제점이 뭡니까. 자격이 안 되는 사람한테도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해줘 카드 대란이 터진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모집 장소가 길거리든 다방이든 사무실이든 규제의 핵심은 ‘카드 발급의 적격성’에 맞춰져야 합니다. 자격이 안 되는데도 카드를 발급해줬는지, 자격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부여했는지 등등을 감독 당국이 감시해야지, 무조건 모집장소만 규제하는 것은 몸통은 놔두고 곁다리만 잡는 겁니다.”

사전에 약속하고 고객을 만나도록 한 규제도 지극히 감독 당국 위주의 편의주의 행정이라고 L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 모집도 영업활동인데 ‘약속된 만남’만 하는 세일즈맨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L씨는 “(사전 예약 규제를 받지 않는) 자동차 외판원이나 보험 설계사 등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은행, 인터넷 등 모집채널이 다양한데 굳이 노점에서 금융상품을 팔게 할 이유가 없다”면서 “(길거리 카드 모집은) 약관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L씨는 “베테랑인 나도 하루에 5장 신규 계약하기가 힘들다”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드 모집인으로) 뛰어든 40~50대 아주머니들은 하루에 1건도 힘겨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파라치(불법 카드 모집 등을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 등 각종 규제가 새로 생겨난 데다 연초에 (소비자들이 근검을 다짐하며) 가장 많이 없애는 게 카드라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02년 9만명에 육박했던 카드 모집인은 ‘카드 대란’ 때 1만명대로 급감했다가 5만명까지 회복됐으나 지난해 3만 6573명으로 다시 줄었다.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1-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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