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시대 한국언론】 유일상 지음/시간의 물레 펴냄
“방송 매체들은 대통령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소통 도구로서, 참된 민주주의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정권 재창출의 선전홍보 도구로 동원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언론은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 탄생하는 권력집단이 독선을 자행하지 않도록 감시, 비판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고삐를 새삼 가다듬어야 하겠다.”‘양김시대 한국언론’(시간의 물레)은 30여년 동안 언론 현장을 지켜보고, 지켜온 원로 언론학자 유일상(건국대 교수)의 현장 리포트이자 언론 비평서다. 책 제목처럼 민주화 운동이 전개된 1990년대 초 김영삼의 ‘문민 정부’ 출범 전후로부터 2002년 말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때까지가 시대적인 배경이다. 그 10여년 동안 언론에 대한 조언과 충고, 격려와 질타를 가리지 않고 쓴 글들에다 소논문 성격의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1부는 ‘양김 각축시대’, ‘문민정부시대’, ‘국민의 정부시대’ 등 시기별로 시사 칼럼과 단평을 정리했다. ‘KBS인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김현철씨 한겨레 제소의 언론 법제적 논의’, ‘언론개혁과 서울신문의 거듭남’ 등은 우리 언론인들이 무엇을 위해 고민하고 분투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한국 언론사의 한 장을 이룬다. 당시 사례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평가는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MBC, 국민일보 등의 파업사태를 어떻게 보고,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과 준거의 틀을 준다.
1990년대를 시작하던 당시 언론상황이 결코 어제 일만은 아님을 저자는 보여준다. 경비원의 경호 속에 사장실에 들어가야 했고, 간부사원들만을 모아 취임식을 치렀던 1990년 당시 한 KBS 사장의 이야기는 지금도 한국의 방송사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일임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2부에선 ‘김영삼정부의 언론정책의 초기주문’, ‘광고윤리와 사회적 책임’ 등 본격적인 언론 평론을 실었다. 당시 대통령과 정권의 언론정책과 언론관, 언론 쟁점들이 드러난다. “법률이 정의를 위해 복무하지 않으면 불법이 되어 정당한 저항권을 낳고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독일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부르흐의 말을 인용한 당시 언론상황에 대한 저자의 일갈과 비평들은 ‘법의 이름’으로 벌어져온 황당함과 부조리에 맞서느라 쉽지 않던 세월을 견뎌야 했던 한 언론학자의 외침이기도 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올 12월이 보수와 진보가 겨루는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옛날 그맘때를 살았던 선배와 언론의 공과를 재점검하고 역사적 기억을 되새기는 가운데 현명한 선택을 위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만 6000원.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2012-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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