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세기의 남자/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세기의 남자/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5-11 00:00
수정 2012-05-11 00: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내가 졸업한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게 됐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오산학교. 한강변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아서 수업을 듣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을 볼 수 있다. 오산은 1907년 독립운동 지도자 남강 이승훈 선생이 고향인 평안북도 용동에 세운 민족 교육기관이다. 용동을 둘러싼 다섯 개의 산이 학교 이름이 된 것이다. 교가에 ‘네가 참 다섯 메의 아들이구나.’라는 후렴이 나온다.

오산은 용동에서 김소월, 이중섭 같은 인재를 키워냈지만 6·25전쟁 무렵 공산당의 학정을 피해 부산으로 이전했다가 1954년에 다시 서울로 옮겼다. 개교 기념일마다 동문인 함석헌 선생이 하얀 도포를 입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오산 정신을 일깨워 주려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산학교가 세워진 지 올해로 105년이 지났다. 한 세기가 넘는 역사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졸업한 대학도 127년, 내가 다니는 신문사도 10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갑자기 세기의 남자가 된 기분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5-11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