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은행 점포수=영업력’ 이젠 옛말

[경제프리즘] ‘은행 점포수=영업력’ 이젠 옛말

입력 2012-04-09 00:00
수정 2012-04-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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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당 5~6개꼴 신설…예년 15~30곳 증가비해 급감

점포 수가 곧 은행의 영업력으로 평가받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무조건 점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이 은행권에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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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영업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크기와 직원 수를 줄인 스마트 브랜치(지점)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한 스마트뱅킹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8일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외환·SC·씨티은행 등 9대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6498개로 1년 전보다 49개 증가했다. 은행당 1년 동안 5~6개꼴로 점포를 신설한 것으로 예년에 15~30곳씩 점포를 늘렸던 추세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1165개로 1년 전보다 점포를 9곳 줄였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383개로 25개 점포를 없앴다. 우리은행이 37곳을 늘려 942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9개와 14개 점포를 늘린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은행들은 2~5개 점포를 신설하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금융중심지인 서울의 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말 2516개로 1년 전보다 8개 줄었다. 대구와 강원에서 각각 1개씩 지점이 문을 닫았고, 신도시와 공단 등 수요가 많았던 경기 지역에는 25개 점포가 신설됐다.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7개의 점포가 새로 생겼다.

점포 확대에 회의적인 은행들은 점포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점포 1개를 만드는데 월평균 임대료가 1000만원, 8명의 직원 인건비가 들어가지만 최소 3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뱅킹 등의 발달로 창구 이용고객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은행 거래 가운데 창구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에 불과했다. 87.9%의 고객은 자동화기기·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무조건 점포를 내던 공식도 깨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도시 주민 대부분이 맞벌이로 낮에 도심에 근무하면서 직장 근처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신도시 지점에는 고객이 거의 없다.”면서 “신도시의 위치와 인구 특성을 고려해 정식 점포보다 작은 키오스크 형태의 2인 점포, 움직이는 차량은행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위해 개인고객 영업에 치중하는 산업은행도 점포 확대 계획을 축소했다. 산은 관계자는 “당초 내년까지 200개로 점포를 확대하려고 했지만 비용 대비 영업효과가 좋은 다이렉트뱅킹 등 새로운 채널이 성공하면서 점포 확장 목표를 135개로 낮춰 잡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기업영업과 개인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점포들을 하나로 합치는 통합작업을 통해 점포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2-04-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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