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승희’ 간호학과 학생들을 찾아가…

‘제2의 조승희’ 간호학과 학생들을 찾아가…

입력 2012-04-04 00:00
수정 201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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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이코스 신학대학 강의실에서 한국계 미국인 고원일(43)씨가 저지른 총기 난사는 순식간의 일이어서 아무도 손을 써보지 못하고 당했다. 고씨는 간호학과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던 강의실에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한 여학생에게 곧장 다가가 가슴을 향해 45구경 권총을 조준사격했다. 그 다음부터는 학생들에게 모두 벽에 기대 서라고 지시한 뒤 마구잡이로 총을 쐈다. 고씨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석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그를 다 알아봤지만, 고씨는 “너희를 모두 죽이겠다.”고 소리치는 등 전혀 딴사람이었다. 순식간에 10명이 쓰러졌고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행인들은 대학 건물에서 한 여성이 팔뚝에서 피를 흘리면서 “총에 맞았다.”고 소리치며 뛰쳐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고씨의 범행 동기는 즉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는 대량살상을 저질렀음에도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고, 평소 차분한 성격이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조사에 며칠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대학 간호학과 재학생이었으나 3개월 전에 그만뒀으며, 일부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가 재학시절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나 학생들과의 마찰이 범행 동기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고씨는 지난해 어머니와 동생이 잇따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육군 하사로 복무하던 고씨의 동생이 지난해 훈련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머니는 오클랜드에 살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간 뒤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오클랜드에서 최근 이사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도주 중 편의점 직원에게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기 때문에 체포돼야 한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정신이상 증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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