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최소규모 증액’에 가로막힌 유로존

독일의 ‘최소규모 증액’에 가로막힌 유로존

입력 2012-03-31 00:00
수정 201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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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투입 5천억 유로에 기존 대출액 더한 짜깁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가 30일 구제금융기금 대출 한도를 기존 5천억 유로에 3천20억 유로를 더한 8천20억 유로로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증액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는 유로존 최대의 자금줄인 독일이 당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을 병행하더라도 한도는 5천억 유로로 묶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접은 덕분이다. 독일의 입장 변화엔 G20(주요 20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유로존이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도와줄 수 없다”고 경고한 것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결국엔 ‘최소한의 증액’이라는 독일 등 일부 재정이 튼튼한 나라들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것이어서 ‘충분한 방화벽’이 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증액된 3천20억 유로는 어떤 형식으로든 기존에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 대출됐거나 대출이 사전에 약속된 것들이다. 이를 증액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상은 기존의 합의사항이었던 5천억 유로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FSF 자금 미사용 잔액 2천400억 유로를 ‘예비 방화벽’으로 설정해 방화벽 확대가 필요할 정도의 위기가 닥치면 회원국 간 합의로 이를 사용하기로 한 점은 유로그룹 역시 방화벽의 규모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ESM 기금 납부 시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조기에 실질 대출 여력을 확보키로 한 것도 시장이 방화벽 규모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증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방화벽 기본 규모의 한계를 보완할 주요 대책들이 오는 7월1일부터 1년 간 한시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유로존 안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나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위기에 몰릴 경우에 필요한 자금이 2-5조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 온 반면 이는 지나치게 크게 잡은 것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그러나 중립적인 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8일 유로존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구제금융기금의 대출 한도를 최소 1조 유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OECD는 여기에다 은행들의 자본재확충을 위한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위와 프랑스 등은 당초 EFSF와 ESM을 전면 병행해 대출 한도를 총 9천400억 유로로 늘릴 것을 요구해 왔다. 이렇게 해도 기존 대출액 등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대출한도는 6천500억~7천억 유로에 불과하지만 이 마저도 독일의 반대로 무산됐다.

물론 OECD는 이런 규모의 자금이 실제 다 필요할 것인지가 불투명하고 시장의 반응과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소요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유럽증시는 이날 유로존 구제금융기금 증액 합의 소식 이후에 큰 폭으로 상승해 금융시장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고 신뢰가 확실하게 회복될지 여부는 시일을 두고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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