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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투표 어떻게] 광활한 美에 투표소 12곳 뿐… 비행기 타고 가 투표할까

[첫 해외투표 어떻게] 광활한 美에 투표소 12곳 뿐… 비행기 타고 가 투표할까

입력 2011-07-18 00:00
업데이트 201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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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외국민 선거 실태

미국의 재외국민 선거 유권자 수는 86만 6166명이다. 재외국민 유권자 전체 223만 6612명의 38.7%에 이른다. 단일 국가 유권자로는 가장 큰 규모다. 울산시 전체 유권자 수보다 많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미국 재외국민 유권자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지표다. 그만큼 각 정당에서 미국 내 한인 유권자들에게 들이는 공도 각별하다. 아주 대놓고 시끌벅적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세력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대권주자의 외곽조직과 정당 지지조직이 결성되는가 하면, 이름도 생경한 각종 단체가 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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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김모씨는 “서울에 있는 거의 모든 단체의 지부가 생겼다고 보면 된다.”면서 “심지어는 무슨 충효사상 관련 단체의 미국 지부도 설립됐다.”고 말했다.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했던 향우회, 동창회 활동이 부활하거나 활발해지고 있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표밭을 노린 여야 정치인들의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각 정당은 저마다 재외국민 표심이 자신들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각자 조직 확산 경쟁을 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미국 교포들의 성향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것으로 판단, 우세를 예상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진보적인 젊은 교포들과 호남 향우회 등 결집력이 강한 민간 조직의 활약을 기대하는 눈치다.

얼마 전 방미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미국 대학의 한인 유학생들을 만나 보니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고 말해 각 정당이 표밭을 향한 동상이몽을 꾸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제는 재외국민 선거의 본래 취지에서 이탈한 과열, 탈법 행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의 목적은 주재원이나 영주권자 등 해외 거주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지만, 정작 투표권이 없는 미국 시민권자 교포들이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주재원들이나 10년 미만의 영주권자들은 업무나 미국 생활 정착에 바빠서 적극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미국에 이미 기반을 잡은 시민권자들은 상대적으로 활동에 여력이 많은 편이다. 특히 이들은 법적으로는 미국인들이어서 사전 선거운동 등 불법, 탈법 단속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금전과 향응이 오가도 처벌은 물론 단속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광활한 미국 전역에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된 인원은 총 10명에 불과하다. 한 명이 몇 개 주를 맡는 셈이어서 사실상 단속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민 사회가 분열되는 것도 문제다. 향우회가 2~3개로 분리된 곳도 있다. 가뜩이나 분열이 심한 교포사회가 재외국민 선거로 더 찢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DC 지역만 해도 4개 이상 난립한 한인회가 각자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교민 이모씨는 “가뜩이나 한인회들이 평소에도 의견 충돌을 빚기 일쑤인데, 본격적으로 선거철이 다가오면 대놓고 으르렁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우편투표가 허용되지 않고 투표소가 몇 개 주에 1개씩밖에 없어 투표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재외공관에만 설치되는 투표소가 거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생업을 중단하고 자비를 들여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고생’을 사서 할 교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땅덩어리가 커 어떤 곳은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수십만원의 비용이 든다.

실제 지난해 11월 1차 모의 투표 때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투표자 중 캘리포니아 이외 주(州)에서 LA까지 와서 투표를 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LA 총영사관은 남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주를 총괄한다.

투표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2차 모의 투표 결과 투표 자격 확인, 투표장 교통불편·부족, 투표용지 전달 등 문제점이 발견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우편으로 배달되는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사례도 파악됐다.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미국 생활의 특성상 일시에 영사관 등에 유권자가 몰릴 경우 주차난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각 영사관은 재외공관이 아닌 다른 공간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7-1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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