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20년 후에 투자하세요/이광형 KAIST 석좌교수

[열린세상]20년 후에 투자하세요/이광형 KAIST 석좌교수

입력 2010-09-18 00:00
수정 2010-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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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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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보내준 메일 잘 받았습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이 공부하기에 재미는 있는데, 새로운 분야라서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지요? 대학 2학년이 되어 전공 학과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고민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을 정하고 진로를 정하는 것은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중요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불안감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도 대학시절에 전공을 정할 때에 이런저런 걱정과 호기심으로 가슴이 설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K군이 말했듯이 지금 고려하고 있는 전공 분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입니다. 학과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학문적인 체계도 완성되지 않았고 졸업생들의 사회진출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 미지의 분야에 도전하려니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졸업하고 어느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선배들이 별로 없으니 물어볼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K군,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처럼 K군도 가슴 속에 ‘성공’이란 단어를 품고 있지요? 20살의 청년과 성공을 이야기하려니 나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성공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 답하렵니다. 그럼 언제 꿈을 이루어야 인생의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나는 나이 40대에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앞으로 ‘20년 후’가 됩니다.

20대는 성공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20년 후에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20년 후의 사회를 내다봐야 할 것입니다. 나의 꿈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 오늘이 아니라 20년 후이기 때문입니다. 20년 후의 사회를 알고 이를 목표로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사회’를 보면서 준비하면 20년 후의 사회는 달라져 버려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입니다.

K군,

그럼 20년 후의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잘 모르겠지요? 그럼 20년 전 과거를 보세요. 그때라면 1990년입니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가 각 가정에 보급되지 않았고, 더욱이 인터넷이 보급되지도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것들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사회로 변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산업을 변화시켰고, 산업의 변화가 우리의 사는 모습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20년 전에 오늘의 사회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지금 20년 후의 사회를 정확하게 그려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년 후에는 지난 20년간의 변화보다 더 많이 변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신문과 방송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사회적인 이슈는 다 흘러가고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첨단 기술이라 주목받는 기술도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닐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움직이게 됩니다. 지금 창밖에 펼쳐지는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K군,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오늘의 사회를 보며 준비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창밖에 보이는 것들은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오늘날 좋다고 말하는 것들은 20년 후에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목표로 성공을 준비하면 추종자밖에 안 됩니다. 성공을 꿈꾼다면 새로운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 남을 따라하면 결코 리더도 되기 어렵고 따라서 성공도 어렵습니다. 추종자들은 좋은 기회를 잡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정보기술도 내가 공부하던 30년 전에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미래 20년 후를 보세요.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눈으로 전공이나 학문을 보지 마세요. 미리 앞서서 멀리 내다보세요. 그래야 사회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리드할 수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뜨거운 단어로 불안감을 녹이고 새로운 것에 투자하세요.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바람이 상쾌합니다. 시간될 때 전화하고 놀러 오세요.
2010-09-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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