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결함 온라인 고발… 캐논 환불·현대차 ‘리콜’
‘네티즌 파워’가 무섭다. 온라인을 매개로 연합전선을 구축한 이들이 거대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는 ‘기업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발적 리콜이나 무상 교환 등을 꺼려온 기업들이 결국 두 손을 들고 마는 ‘21세기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의 승리로 평가한다.네티즌 파워는 이에 머물지 않았다. 캐논이 자사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환불 조건으로 ‘내부 규정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이에 상당수 사용자들은 환불 조치마저 거부하는 등 또다시 소비자 권리 찾기에 나설 태세다. 이런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본사가 있는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YF 쏘나타도 올해 노후차 세제혜택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하지만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엔진의 떨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대차는 결국 판매 두 달 만에 무상수리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발적 리콜을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이번 무상수리는 사실상 리콜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의 힘은 개인 정보 유통 분야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얼마전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가입자 본인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했다가 네티즌들에 의해 들통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네티즌들은 가입자 정보도용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와는 별개로 네티즌 1만 1000명이 참여한 집단소송도 벌이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 역량을 키우면서 대기업이 실수나 결함을 은폐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스모폴리탄’적 성격을 지닌 네티즌 파워를 촉매제로 다자간의 새로운 소통이 실현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09-1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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