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승연 이번엔 패 접나

승부사 김승연 이번엔 패 접나

입력 2009-01-19 00:00
수정 2009-01-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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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분할 매입 안되면 손 뗄 듯… “그룹전체 부담줄 수 있는 무리한 인수 안 돼”

‘승부사가 이번엔 패를 접나.’

한화그룹 김승연(57) 회장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0일쯤 협상 결렬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최근 그룹 실무진에게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너무 무리한 인수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마지막 카드로 이미 제시한 일부만 쪼개서 사는 방안(분할매입)이 안 된다면 손을 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화 관계자는 “이사회의 의결사항도 있기 때문에 설령 협상이 깨지더라도 무리할 수는 없다.”면서 “분할매입 외에 새로운 카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약 깨지면 산은과 이행보증금 법정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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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계약이 깨지면 한화는 매각주체인 산은에 이미 낸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리게 된다. 한화는 산은이 대우조선 실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행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의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협상이 깨지면 한화는 애초부터 무리한 인수시도였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된다. 기업 이미지도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적인 반전을 통해 그룹을 일궈 왔던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번만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한화가 두산, GS·포스코 컨소시엄을 잇달아 제치고 인수전의 최종승자가 되자 “놀랍다.”는 게 그룹 안팎의 반응이었다. 한화가 조선업과 무관하고, 자금 동원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들어 인수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될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김 회장도 “한양화학과 대한생명 인수에 이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면서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 만큼 마른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위기대응체제에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한 달 뒤인 11월 이런 메시지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냈다. (대우조선 인수가) 리스크가 크지만, 그때만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한화의 덩치를 키워 왔다. 1981년 임원들의 반대 속에서도 한양화학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올려놨다. 2002년에는 대한생명을 사들이면서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대우조선까지 인수하면 한화는 재계 12위(지난해 자산기준)에서 일약 ‘톱10’에 진입하게 된다. 때문에 인수작업에 더욱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이 꼬였다. 현금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본계약도 어렵사리 1월 말로 한 달을 늦췄다. 한화 내부에서조차 “인수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도 대우조선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내외 이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갤러리아 백화점, 장교동 및 소공동 빌딩 등의 자산을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헐값’에 정리하려고 한다는 비난이다. 조선업이 불황인데다 계약 당시 6조원이 넘었던 대우조선의 자산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이번주초 협상결렬 여부 결판날 듯

결국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진 한화는 산은 쪽에 일부만 쪼개서 먼저 사고 나머지는 상황이 좋아지면 매입하겠다는 최종방안을 통보했고, 산은은 이번주 초쯤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양측의 대응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09-01-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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