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무로에 ‘장르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멜로와 코미디가 주류를 이뤘던 국내 영화계에서 장르적 특성에 주목한 영화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엔 기존의 할리우드식 장르에 한국의 고유한 감성과 감독의 작가주의를 보탠 ‘한국형’ 장르영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존 할리우드 장르에 한국적 정서 가미한 시너지 효과
특정 주제나 소재, 형식적인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는 장르영화는 본래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먼저 시작됐다. 서부극, 스릴러, 갱스터 등 각 장르의 장점들만 전략적으로 뽑아내 흥행실패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것. 흔히 서부극의 존 포드나 스릴러의 앨프레드 히치콕이 장르영화의 대표적인 거장 감독들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서양의 장르를 한국적 감각으로 진화시킨 ‘한국형 장르영화’들이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인기를 모으다 올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서양의 서부극 장르에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 결합한 ‘한국형 웨스턴’이란 독특한 장르로 1000만 관객 동원의 시험대 위에 올랐고, 이에 대적하는 ‘님은 먼곳에’는 전통적인 음악영화 장르에 이준익 감독 특유의 감수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31일 개봉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투박한 사나이들의 감성을 자극해온 ‘곽경택표’ 범죄 스릴러에 방점이 찍힌다. 하반기에도 국내 고전무협에 서부극 장르를 결합한 류승완 감독의 첩보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1970년대를 배경으로 전설의 밴드 ‘데블스’를 소재로 한 음악영화 ‘고고 70’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달라진 관객 성향 반영 한국영화계 새로운 단계 진입
영화계는 올 상반기 관객동원 1위인 ‘추격자’를 본격적인 한국형 장르영화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가 감독 개인의 예술적 욕구와 장르 사이에 불균형을 보이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장르를 수단화해 왔다면, 이제는 장르 자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아시아 지역의 장르영화를 제작지원하는 잇프로젝트를 기획한 부천영화제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추격자’ 이후 한국에서도 애국주의나 휴머니즘의 강박에서 벗어나 영화적 장르가 주는 쾌감과 흡인력에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달라진 관객들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의 ‘장르영화’들이 전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90년대 소재와 트렌드에 의한 기획영화의 인기가 줄어들고 한국영화도 산업화되면서 장르영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황희연씨는 “한국에서도 영화를 산업적으로 인식하면서 소재 중심의 기획영화 대신 그동안 폄하됐던 장르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우리도 할리우드 외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르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관객들도 화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식으로 체화되거나 발전시키지 못하고 형식만 모방하는 장르영화들은 ‘남의 옷 걸친 듯’ 어색한 조합만 낳을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화제작사인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감안하더라도 장면 편집과 스타일 등 모양새만 쫓아가는 할리우드 흉내내기 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서 “장르에 치우치다 놓치기 쉬운 내러티브의 완성도는 물론 한국영화의 결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기존 할리우드 장르에 한국적 정서 가미한 시너지 효과
국내에서도 서양의 장르를 한국적 감각으로 진화시킨 ‘한국형 장르영화’들이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인기를 모으다 올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서양의 서부극 장르에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 결합한 ‘한국형 웨스턴’이란 독특한 장르로 1000만 관객 동원의 시험대 위에 올랐고, 이에 대적하는 ‘님은 먼곳에’는 전통적인 음악영화 장르에 이준익 감독 특유의 감수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31일 개봉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투박한 사나이들의 감성을 자극해온 ‘곽경택표’ 범죄 스릴러에 방점이 찍힌다. 하반기에도 국내 고전무협에 서부극 장르를 결합한 류승완 감독의 첩보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1970년대를 배경으로 전설의 밴드 ‘데블스’를 소재로 한 음악영화 ‘고고 70’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달라진 관객 성향 반영 한국영화계 새로운 단계 진입
영화계는 올 상반기 관객동원 1위인 ‘추격자’를 본격적인 한국형 장르영화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가 감독 개인의 예술적 욕구와 장르 사이에 불균형을 보이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장르를 수단화해 왔다면, 이제는 장르 자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아시아 지역의 장르영화를 제작지원하는 잇프로젝트를 기획한 부천영화제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추격자’ 이후 한국에서도 애국주의나 휴머니즘의 강박에서 벗어나 영화적 장르가 주는 쾌감과 흡인력에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달라진 관객들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의 ‘장르영화’들이 전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90년대 소재와 트렌드에 의한 기획영화의 인기가 줄어들고 한국영화도 산업화되면서 장르영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황희연씨는 “한국에서도 영화를 산업적으로 인식하면서 소재 중심의 기획영화 대신 그동안 폄하됐던 장르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우리도 할리우드 외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르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관객들도 화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식으로 체화되거나 발전시키지 못하고 형식만 모방하는 장르영화들은 ‘남의 옷 걸친 듯’ 어색한 조합만 낳을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화제작사인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감안하더라도 장면 편집과 스타일 등 모양새만 쫓아가는 할리우드 흉내내기 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서 “장르에 치우치다 놓치기 쉬운 내러티브의 완성도는 물론 한국영화의 결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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