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신장개업 ‘조마 조마’
서울풍물시장이 4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옛 터전 황학동이 지척인 신설동 숭인여중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25일 공식 개장을 하루 앞둔 풍물시장은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위해 상품을 들이고 진열대를 정리하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내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자르고 깎고 두드리는 쇳소리가 요란했지만,2층짜리 철골 구조물에 흰색 난연(難燃)막을 덧댄 새 매장은 동대문운동장 시절의 천막상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상인들 표정에선 설렘과 불안, 낙관과 비관이 교차했다.●2층 규모 894개 점포 입점
새 풍물시장은 1·2층을 더한 전체 바닥면적이 7371㎡로 매장 규모만으론 동대문운동장 시절과 비슷하다.894개 점포가 입점할 예정이다.
1층 주출입구를 통해 매장으로 들어서면 좌측은 중고의류·피혁제품, 우측은 골동품 가구와 장신구·서화류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 통로 끝부분은 푸드코트다. 샌드위치·김밥·부침개 등 스낵류와 떡볶이·라면·국수 등 분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2층은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완만한 경사로를 통해 연결된다.2층 좌측에는 의류·잡화매장이, 우측은 전자·공구·성인용품 매장이 영업중이다.
1층에서 중고 가죽제품을 취급하는 변정호(54)씨는 “13일부터 자리를 폈지만 홍보가 안 된 탓인지 매출이 거의 없다.”면서도 “시설이 워낙 좋으니 정식으로 개장하고 입소문을 타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같은 층에서 골동품 액세서리를 파는 김모(41)씨도 “개장을 전후해 대대적으로 홍보해주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을 믿는다.”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찮다.2층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김영조(64)씨는 “위치가 너무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 박모(53)씨는 “‘서울시에 속았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 지하철을 이용해 풍물시장으로 가려면 신설동역에서 하차해 10분 남짓 걸어야 한다. 게다가 대로변 안쪽에 위치한 탓에 찾기도 쉽지 않다.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가 청계천과 10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상인들은 “청계천을 걸어 여기까지 물건 사러 올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는 반응이다.
●주차장 확보·난계로 지하상가 개발 필요
시장이 물류창고, 공장, 주차장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대형 쇼핑몰, 의류 도매시장이 인접한 데다 지하철 환승역과도 가까워 하루 유동인구만 수십만명에 달했던 동대문운동장 인근과는 비교가 안 된다.
서울시의 이병근 풍물시장조성팀장은 “풍물시장 주변 상권이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서울 동북 지역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인근 난계로의 지하에 상가와 광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주차장은 인근 물류창고 부지를 매입해 6월 안으로 200면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04-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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