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라이트 교과서’ 출간을 보는 눈

[사설] ‘뉴라이트 교과서’ 출간을 보는 눈

입력 2008-03-25 00:00
수정 200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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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계열의 지식인들로 구성된 ‘교과서 포럼’이 그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했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등학교에서 정식 채택한 교과서가 아니다. 지금의 역사 교과서가 올바르지 않다며 그를 대체할 목적으로 우리 사회에 하나의 대안을 던진 것이다. 집필을 주도한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의 60년사를 역사적 모순이 증폭된 과정으로 서술하는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의 대안이라는 것은 역사 상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기존 역사학계에서 식민지화를 부추긴 것으로 평가하는 김옥균 등 갑신정변 주역들을 근대화의 선각자라고 뒤집는가 하면 동학농민혁명도 농민봉기로 격하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는 “폭력적 억압체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근대문명의 학습기라고 과감히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주장하다 보니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포럼 측의 실증주의에 입각한 역사의 재해석 시도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값지다. 그러나 시안 단계에서 4·19를 ‘학생운동’이라고 했던 시각에서 엿볼 수 있듯 그들이 비판하는 좌편향의 극단에 자리하는 우편향 소지도 있다. 나아가 “식민지배가 한국에 도움이 됐다.”는 일본 극우 논리나 “박정희 정권 때문에 이만큼 살게 됐다.”는 식의 변질된 주장으로 연결될 우려도 있다. 학계는 대안 교과서를 무시하지 말고 포럼 측의 주장을 따지는 학문적 검증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08-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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