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다운 바이 로

[토요영화] 다운 바이 로

강아연 기자
입력 2008-02-02 00:00
수정 2008-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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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바이 로(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짐 자무시 감독은 두번째 작품 ‘다운 바이 로(Down by law)’에서 자신의 영원한 주제인 ‘방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주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다룬 데뷔작 ‘천국보다 낯선’의 연장선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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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운 바이 로’
영화 ‘다운 바이 로’
알파벳 첫 글자만 다를 뿐 이름도 비슷한 라디오 DJ 잭(톰 웨이츠)과 삼류건달 잭(존 루리). 이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건성건성 살아간다. 그러던 중 때아닌 누명까지 뒤집어써 억울하게도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 패리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감옥에서도 여전히 빈둥대는 두 사람. 이들의 방에 로베르토(로베르토 베니니)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잭들’과는 다르게 긍정적이고 반듯한 성격을 지닌 로베르토. 이렇게 해서 어울리게 된 세 사람은 탈옥을 시도하고 마침내 성공한다.

이제 바깥세상에서 이들은 마냥 함께 정처없이 떠돌아다닌다. 마음씨 좋은 이탈리아 여인 니콜레타(니콜레타 브라치)를 만나기도 하는 등 잇따라 우연한 사건들을 마주치면서 셋은 동료애를 느껴간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과 함께 헤어질 시간도 가까워져 오는데….

흑백 화면에 담긴 미국의 풍광은 아메리칸 드림 이면의 황폐함을 은유하듯 황량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흑백 화면 장치는 방랑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데 주효했다. 빔 벤더스의 1970년대 영화들을 찍었던 촬영감독 로비 뮐러는 짐 자무시의 속내를 읽어낸 듯 감독의 의도대로 앵글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1984년 ‘천국보다 낯선’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198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일약 미국 인디영화의 기수로 떠오른 짐 자무시는 1986년 이 영화를 만들었으나, 전작만큼의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나 이후 ‘지상의 밤’‘데드맨’‘브로큰 플라워’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선보여왔다.‘다운 바이 로’는 오랜 친구인 존 루리와 톰 웨이츠, 새로운 친구인 로베르토 베니니와 그의 연인 니콜레타 브라치를 출연시켜 호흡을 맞추었다.15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2-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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