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기생·부생식물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기생·부생식물

입력 2007-06-02 00:00
수정 200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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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자신의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특성을 광합성이라는 생명현상을 통해 보여준다. 잎 속에 들어 있는 엽록체에서 빛과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광합성이다. 하찮아 보일지도 모르는 식물의 이 기능은 지구 생태계를 부양하는 원동력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 없다면, 동물과 미생물들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동물과 미생물이 섭식하거나 흡수 또는 분해하여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물질은 대부분 유기물인데, 그 유기물의 원천이 바로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 같은 무기물을 탄수화물이라는 지구 최초의 유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식물을 ‘생산자’ 또는 ‘독립영양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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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은 잎과 줄기의 세포 속에 하나씩 들어 있는 엽록체에서 이루어진다. 엽록체에는 엽록소라는 색소가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식물의 잎이나 줄기가 녹색으로 보이게 하는 색소이기도 하다. 식물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광합성이고, 광합성을 하기 위해 식물의 몸속에는 엽록소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물들은 엽록소가 없고, 광합성도 하지 않아서 식물이기를 포기한 듯한 생태를 보여준다.

이런 습성을 가진 식물은 모두 풀이다. 이 풀들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므로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얻어야 한다. 즉 ‘기생(寄生)’이나 ‘부생(腐生)’을 통해 살아간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기생식물로는 초종용, 백양더부살이, 새삼, 실새삼, 야고, 개종용, 가지더부살이, 부생식물로는 수정란풀, 한라천마, 무엽란, 천마, 버어먼초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생풀꽃은 엽록소가 없으므로 전체에서 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특징은 겨우살이 같은 기생나무들과는 또 다른 성질이다. 나무인 겨우살이 종류들은 다른 나무에 붙어서 기생하며 다른 나무가 땅속에서 빨아올린 수분과 무기물을 얻어먹고 살지만, 푸른 잎을 달고 있어 자기 스스로도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얻는다. 이런 면에서 광합성을 전혀 하지 않는 기생풀꽃을 ‘기생식물’이라 하고, 광합성을 하지만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기생나무를 ‘반기생식물’이라 구분하기도 한다.

초종용이나 백양더부살이는 같은 속(屬)에 속해 형제뻘이라 할 수 있는 기생풀꽃으로서, 이들이 기생하는 숙주식물도 쑥 종류로서 같다. 바닷가에 사는 초종용은 사철쑥에 주로 기생하며, 내륙의 하천이나 저수지 부근에 사는 백양더부살이는 쑥에 기생한다. 이들의 뿌리는 쑥의 뿌리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울릉도에 사는 개종용은 너도밤나무에 기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땅속에서 실제로 뿌리가 연결된 것을 관찰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모두 5∼6월에 꽃이 핀다. 여름철에 꽃이 피는 수정란풀은 부생식물로서 유기물이 많은 부엽토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간다. 균류에 속하는 버섯이 땅속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식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광합성을 하지 않는 더부살이 식물들. 이들이 보여주는 파격을 통해 생물은 물리나 수확의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
2007-06-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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