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우리사회 개혁 이대로 좋은가/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열린세상] 우리사회 개혁 이대로 좋은가/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입력 2005-08-15 00:00
수정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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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실상들을 지켜보며 참담하고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삼성의 적나라한 정·경·언·검 유착의 실태, 두산의 형제의 난과 초법적인 가족회의의 운영, 여전한 거대규모의 불법 비자금과 분식회계, 현대의 대북사업 비리설, 경악할 만한 도청 X파일, 부동산과 건설 그리고 국책사업으로 얽혀 있는 건설족들의 복마전. 이것이 전부일 것인가.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간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의와 개혁을 주장하며 떠들썩한 개혁정책을 내세워 왔다. 이제는 개혁이며 혁신이 피곤하다고들 말한다. 일컬어 개혁피로증후군이다. 개혁을 말하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하고, 개혁을 주장하면 반기업적이고 반시장적이라고 공공연히 몰아붙인다.

그러나 어이가 없다. 그럴싸한 개혁의 모양은 있었으나 개혁의 능력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실세들의 본질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반시장적이다. 거대재벌들이 시장을 통한 이윤추구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자금을 동원한 정경유착과 특혜를 통한 사익추구에 여전하다. 일컬어 이윤추구보다는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대추구야말로 반시장적인 행태의 전형이다. 이를 개혁하자는데 누가 반시장적이라 하는가.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 조직인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대표급 재벌들의 불법 비자금을 통한 지대추구적 행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가관이다. 게다가 두산의 경우는 가족회의라는 해괴한 전근대적 모임에서 명예회장직을 해임하고 이제는 명예회장이 아니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언한다.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다른 재벌들은 안 그런가.

두산사태의 당사자는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의 회장이다. 부끄럽다. 그러나 당사자는 당당하다. 전혀 죄의식이 없이 형제간의 싸움을 확대시키고 있는 듯하다. 싸움에 앞서 대한상의 회장직을 먼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체면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두산의 박용성 회장은 바로 얼마 전 정·재계 대표인사들과 함께 투명사회협약식에 참석했다. 국민들과 대통령 앞에서 투명한 기업경영을 서약했다. 그러나 모두 다 자신의 것은 감추고 환히 웃으면서 손을 마주 잡고 ‘너나 잘 하세요.’ 거짓 맹세한 것은 아닌가. 분식회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쇼가 아니었는가.

연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 주변의 성장 변곡점에서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이 관건이지만,1만 달러 성장 변곡점에서는 기업구조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 개혁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개혁과 성장의 이분법적 논란을 이제 그만 접고 재벌개혁과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재벌의 반시장적 구조와 시장교란행위를 근절시키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창달하여 성장의 발판을 삼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어두운 치부들과 앞으로 드러날 X파일의 검은 실상들을 계기로 이제야말로 우리사회 개혁의 실태를 되돌아보고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재벌개혁·경제개혁·정치개혁의 과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되어 있어 이 좁은 지면에서 다시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 동안의 논의를 토대로 이번이야말로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마지막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최근의 일련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연정’보다는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의 완수를 역사가 맡긴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해 주기 바란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2005-0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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