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공직자 행담도에 왜 몰렸나

[사설] 고위공직자 행담도에 왜 몰렸나

입력 2005-05-26 00:00
수정 2005-05-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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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개발에 얽힌 의혹의 불길이 청와대와 행정부로 거세게 옮겨붙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뒤를 이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연루설이 나왔는가 하면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감사원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행정부 쪽에서는 건설교통부 도로국장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참여정부 공직자들의 행태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우선 문 위원장은 지난 9월 행담도개발에 ‘정부지원 의향서’를 보내 마치 한국정부가 사업을 보증하는 것처럼 행동했다.EKI사와 도로공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중재한다고 나섰으며 심지어 그의 아들이 행담도개발에 취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문 위원장은 ‘정부지원 의향서’상의 표현은 ‘관행’이고, 아들의 취업은 회사가 원해서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질 일이 아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가 정부를 대표해 특정 개발사업을 보증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일 뿐더러 이를 ‘관행’이라고 둘러대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게다가 아들의 취업은 ‘대가’로 보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몰랐다고 우기는 태도도 옳지 않다. 그밖에 건교부 국장이 ‘장관대리’로서 지원서에 서명한 일,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 아들의 행담도개발 취업, 정찬용 전 수석 간여 의혹도 모두 명백히 밝혀야 할 사안들이다.

우리는 이 정권의 고위공직자들이 이처럼 행담도에 몰려드는 데는 이들을 움직일 만한 배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집권 3년째를 맞아 국정 운영에 가속도를 내야 할 정부가 유전개발 의혹에 이어 행담도개발 의혹에까지 휩싸이는 것은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빨리 진상을 밝히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2005-05-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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