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들이 돌아온다…경기회복 따라 명퇴자 재고용

사우들이 돌아온다…경기회복 따라 명퇴자 재고용

김성수 기자 기자
입력 1999-05-22 00:00
수정 1999-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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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가 돌아오고 있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려 회사를떠났던 퇴직자들이 속속 전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부족한 일손을 메우기위해 신입사원을 뽑는 대신 퇴직사원들을 복직시키는 기업들은 증권,자동차,광고업계 등이 주류이지만 다른 업계에도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고회사인 오리콤의 이벤트행사 담당직원으로 일하다 구조조정의 ‘삭풍’이 몰아치던 97년 말 명예퇴직했던 정모씨(29)는 지난 17일 복직했다.함께회사를 떠난 100여명의 동료 가운데 올들어 13명이 돌아왔다.사원급의 젊은직원 뿐 아니라 50대의 전직 부장도 복귀했다.

회사측이 퇴직 사원들을 불러 모은 것은 광고 수주 물량이 지난 해에 비해20% 이상 늘면서 일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이병남(李丙南·37) 인사부장은 “능력과 관계 없이 경영여건의 악화로 불가피하게 퇴직했던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경영여건이 더 호전되면 퇴직자들부터 우선적으로 재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도를 낸 회사가 재기하면서 흩어졌던 사원들이 다시 모이는 곳도 있다.

지난해 3월 부도를 냈던 원주의 아성특수제지에서는 45명의 직원 중 41명이사직서를 냈었다.그러나 최근 회사가 회생하면서 옛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시 들어와 일하고 있다.

1년 이상의 장기 무급 휴직에 들어갔던 직원들도 조기에 복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월부터 올연말까지 1년반동안 무급 휴직에 들어간 생산직 1,800여명 가운데 280여명을 조기 복귀시킬 계획이다.최근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면서 아산공장의 EF소나타,그랜저XG 생산라인이 풀가동돼 일손이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부터 630명을 1년간 장기휴직시켰던 아시아나항공도 중국 신규노선이 개설되고 고객도 늘자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달까지 단계적으로 모두복직시켰다.

증권사도 증시 활황 이후 결혼 등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했던 여직원 등 전직 사우로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현대증권에는 올들어 30여명의 남녀 퇴직자가 재입사했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은 “퇴직자 중에는 다른 회사에 취직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을 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명퇴 8개월만에 재입사한 A씨 감회 “악몽을 떨쳐 버리고 새 출발하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광고회사인 오리콤에서 광고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사원 A씨(29).그는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회사를 그만뒀다가 지난 3월말 재입사했다.

A씨가 정리해고 대상에 올랐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회사측은 IMF한파로 악화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1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그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입사 4년차로 한창 의욕적으로 일할 시기였기에 더욱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

회사를 떠나면서 위로금으로 받은 3개월치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봐야 1,000만원이 채 안됐다.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했습니다.회사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능력이 없어 쫓겨난 것은 아니지만 심한 모멸감과 함께 회사측에 배신감을느꼈다.

남의 얘기같던 실직자가 되고 보니 막막하기만 했다.퇴직후 2개월 동안 이곳저곳을 방황했다.그래도 회사 다닐 때 시간이 없어 하지못했던 일들을 하려고 애썼다.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마냥 놀 수 없어 캐주얼 의류회사와 다른 광고대행사에 어렵사리 취직해 다녀봤지만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그러다 지난 3월 전 직장인 오리콤에서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지난 일은 사과한다.모든 것을 잊고 다시 함께 일해보자”는 통보였다.퇴직 8개월만의 일이었다.

“회사가 나를 버린게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회사도 워낙어려워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걸 알게 된 거죠” 회사 사정이 호전되면서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되자 신입사원을 뽑는 대신 퇴직한 사우를 먼저 구제하기로 했다는 회사측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퇴직 전에 맡았던 광고 이벤트 업무를 다시 하고 있다.마치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다는 설명이다.

“정말 열심히 일해볼 생각입니다.두번째 주어진 기회마저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A씨는 광고업계의 전문가로 뿌리를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1999-05-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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