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사태 해결 이제부터/공권력 투입 이후 전망

한통사태 해결 이제부터/공권력 투입 이후 전망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1995-06-07 00:00
수정 199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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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핵심 대부분 건재… 장기투쟁 가능성/회사측 강경태세… 정부 중재안이 변수

한국통신 노사분규는 6일 공권력투입이란 극약처방으로 외견상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가 여전히 잠복해 있어 빠른 시일 안의 사태수습은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배 중인 유덕상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핵심세력이 대부분 건재하기 때문에 같은 노선을 지닌 제2,제3의 집행부가 나타나 장기적인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크다.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던 노조간부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를 예고했으며 실제로 유위원장은 공권력투입에 대비,이미 대행집행부 구성을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통신은 또 사업장이 전국 4백여곳에 흩어져 있어 노조의 투쟁양상도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와는 판이하다는 점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공권력투입에 따른 종교계 및 재야노동계의 움직임도 앞으로의 한국통신사태와 관련,무시 못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공공부문노조 대표자회의(공노대)나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 등 재야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공권력투입에 맞서 연대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한통사태는 이번 공권력투입을 계기로 자칫 범노동계 장외투쟁으로 번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회사측은 오는 12일까지 노조간부 64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매듭짓고 단체행동 적극가담자도 모두 사규에 따라 엄정처리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농성대치국면이 해제된데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한국통신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재 모종의 중재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한국통신사태는 앞으로 노조가 새 집행부를 구성해 대화에 나설지,아니면 강경투쟁에 돌입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통신사태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박건승 기자>

◎한통농성 공권력투입 이모저모/휴일 전격작전… 5분만에 “상황끝”/경찰 “엄정 법집행” 종교계“유감”

서울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농성하고 있던 한국통신노조 간부 13명을 구속하기 위해 6일 상오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찰투입은 별다른 충돌 없이 5분 남짓만에 끝났다.

○…경찰은 상오 8시쯤 이택순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최광현 중부서장의 지휘로 「광화문작전」이란 이름으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사복체포조 20명씩을 명동성당과 조계사 농성장에 들여보냈다.이들은 두명이 한조가 되어 13명의 노조간부들을 차례로 붙잡아 차량편으로 종로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번 농성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온 한국통신노조 양한웅(36) 지도위원이 『노동운동 탄압 분쇄하라』 『현충일에 이럴 수가 있느냐』는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나 대부분 큰 저항 없이 경찰에 끌려나왔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사회부장 시현 스님은 경찰이 농성 노조원들을 끌어낸 뒤 『국민이 신성시하는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유감』이라면서 『그동안 종교계의 대화를 통한 중재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건립 1백여년만에 처음으로명동성당에 공권력이 투입된데 대해 천주교단체와 학생들의 항의성명과 시위가 잇따랐다.

이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상임대표 안충석 신부)은 명동성당 본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당한 공권력의 투입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면서 과거 독재정권시절 정기적으로 열었던 시국미사를 오는 13일 문민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갖기로 했다고 발표.

사제단은 또 「정부가 정보통신부장관을 내세워 중재협상에 임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공권력을 투입하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

○…이날 경찰에 연행되어 구속된 한국통신 노조간부 13명은 ▲장현일(35·쟁의실장·사전구속영장 발부) ▲박수호(37·교섭국장·〃) ▲이정환(36·문화체육국장) ▲이재숙(37·여성국장) ▲심철식(39·제도개선국장) ▲도남희(47·교육홍보국장 이상 명동성당) ▲양한웅(36·사전구속영장 발부) ▲김종근(35·조직차장·〃) ▲현경룡(33·쟁의국장·〃) ▲정흥곤(36·총무국장·〃) ▲박충범(32·임금국장) ▲김세옥(36·여·국제국장) ▲정용칠(42·서울지방본부 사무국장 이상 조계사) 등이다.<김환용·이순녀 기자>
1995-06-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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