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보지 「서울스코프」/발행인 조유현씨(인터뷰)

문화생활 정보지 「서울스코프」/발행인 조유현씨(인터뷰)

입력 1994-10-11 00:00
수정 1994-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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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공연이 모두 관광자원”/서울서 즐길 수 있는 각종 공연행사 안내/이달부터 외국인상대 영·일어판 발행

그냥 문화사업이 좋아서,제 돈 들여가면서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일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 여럿 있다.영화·연극등 문화생활에 관한 정보지인 월간 「서울스코프」발행인 조유현씨(33)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가 지난 10월 창간한 잡지는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어느 덧 1주년을 맞았고 그는 이번 10월호부터 외국인을 위한「영어·일어 합본판」을 따로 내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서울스코프」에 뒤따라 나온 비슷한 성격의 잡지 2∼3종이 몇달을 견디지 못하고 발행중단된 데 비하면 꽤 성공한 셈이다.

『서울스코프는 일종의 기능지입니다.치장이 화려한 일반잡지와는 달리 「어디서 무슨 문화행위를 한다」는 기본적인 정보만을 모은 베이터베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막상 시간이 있어 영화나 연극 한편을 보려고 해도 이에 대한 정보를 담은 인쇄매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문화정보를 망라하고 값도 부담없는 작은 잡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가로 13㎝,세로 18.7㎝에 1백쪽 분량,값 1천원인 이 잡지에는 영화 5백여편을 비롯,연극·음악회등 서울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문화행사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영화편수가 엄청나게 많은 까닭은 영화관 상영분 뿐만 아니라 영화동호회의 시사회,구청등 각기관에서의 무료방영,새로 나온 비디오,NHK·스타TV등 외국채널의 프로까지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파리의 「파리 스코프」,뉴욕의 「뉴욕」처럼 구미지역에서는 이같은 성격의 잡지가 오래전에 보편화했다』면서 「서울에서도 꼭 필요한 잡지인데 남이 만들지 않으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90년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조씨가 광고대행사를 거쳐 영화사에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 두고 창간작업에 나서자 주위의 반대는 심했다.

특히 지난 76년부터 무용전문지 월간 「춤」을 내고 있는 아버지 조동화씨(72)가 가장 적극적으로 말렸다.「고생만 하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춤」역시 돈이 되는 잡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석달만 발행하면 네 능력을 입증한 셈이니 실망하지 말라』고 미리 위로부터 했다.

조씨는 1년동안 온갖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버텨온 것은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라고 고마워했다.시인 조병화씨가 자택의 방 2칸을 내줘 사무실로 쓰고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후배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제작을 돕는 다는 것.

이 잡지는 값이 워낙 싼데다 광고를 거의 싣지 않기 때문에 월 1만부 제작에 1백만∼2백만원의 손해를 본다.

조씨는 『그래도 내손으로 잡지를 만든다는 성취감과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창간 1주년기념으로 「영어·일어 합본판」 3천부를 낸 데 대해 그는 『우리나라는 관광자원이 부족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의 영화나 공연들이 모두 자랑스러운 자원』이라고 강조하고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소개하는 데 한몫 하게 돼 가슴뿌듯하다』고 말했다.<이용원기자>
1994-10-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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