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인지 행락인지/박찬구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추모인지 행락인지/박찬구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4-06-07 00:00
수정 199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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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순국선열과 전몰호국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추모객들의 수가 크게 준데다 일부 가족단위 참배객들은 마치 피서를 하러 온 듯 묘역 주변에서 웃고 떠들어 보는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립묘지 관리사무소측은 이날 30여만명의 추모객들이 국립묘지를 찾았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하룻동안 39만1천여명이 몰려든데 비해 25%쯤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관리사무소측은 이번 현충일의 경우 연휴기간과 겹쳐 지난 4일과 5일 각각 3만여명과 6만4천여명이 미리 참배를 다녀 간 것으로 집계돼 추모객의 행렬이 분산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비가내려 추모객 숫자가 크게 줄었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갈수록 호국영령을 참배하고 이들의 넋을 기리는 후손들의 정성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큰 아들 내외는 연휴라서 손자들과 함께 강원도에 놀러갔습니다』

8·15광복 직후 고향인 평북 정주에서 함께 남하했다가 52년인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시동생의 묘를 찾은 김옥순할머니(68)는 갈수록 자녀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해마다 현충일과 한식·추석등 세차례씩 시동생의 묘를 찾아왔지만 연휴가 겹칠 때는 어김없이 아들 내외가 빠진다는 한숨섞인 푸념이 결코 김할머니 개인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들어 씁쓸했다.

또 이날 국립묘지를 찾은 일부 가족들은 묘지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낮잠을 자는가하면 심지어 제단을 베고 누워 일행과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찌꺼기와 쓰레기더미들을 보면서 국립묘지 입구에 나부끼고 있는 각종 플래카드들이 어쩐지 서글픔을 더해 주었다.

더욱이 북한의 핵사찰거부로 국제적으로 대북한 제재 위기가 점증하는 시기에 맞는 헌충일에 국내에서는 헌충일이 낀 이번 연휴가 행락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기우일까.
1994-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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