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라니(외언내언)

편가르기라니(외언내언)

입력 1993-04-22 00:00
수정 199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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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구래의 체제 또는 기성의 권위가 낡고 부패하여 흔들리기 시작할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것은 지적계층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그들의 섬세한 감각은 일반민중들이 아직 그 흔들림을 느끼기도 전에 벌써 붕괴의 예감에 고민한다.이때 그들이 보여주는 반응의 형태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전통의 권위를 옹호하려는 입장이다.그들은 자기들이 의지해온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보수회귀」에 심신을 바친다.

다른 하나는 전통의 권위로부터 탈주하는 쪽이다.그들중에 야심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은 스스로 새로운 권위가 되어 기존체제에 도전하고 타도하는데 앞장선다.좋은 뜻으로 보아 개혁가이다.또한 전자를 전통적 수구계층이라 한다면 후자를 진보적 개혁계층이라 해서 틀리지 않는다.

최근 김영삼대통령은 「개혁과 사람들」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심장한 분석을 했다.즉 우리사회에는 개혁과 변화를 싫어하는 수많은 「내부의 적」들이 있다.그것은 정부 부처간의 이기주의가 될수도 있고 특권과 특혜를 누려왔던 특정계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요즈음 일련의 사태를 놓고 『나라가 이 정도로 썩은줄은 몰랐다』고 개탄한 대목과 연관시켜보면 요즘 대통령의 고뇌를 알만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내부의 적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더욱이 『너는 개혁을 한다지만 나는 이대로가 좋다.할대로 해라』하는 식의 「편가르기」는 절대 안된다.이제 미증유의 변화와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 엊그제 청와대 김정남교육문화수석이 『개혁을 하려면 여러 세력을 끌어안고 가야하는데 「기득권세력」이니 「수구세력」이니 하는 양분법적표현을 쓰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데에도 수긍이 간다.모두가 혁파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마당에 내부의 적도,편가르기도 있을수 없는 까닭이다.
1993-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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